수필

늙어가는 나라

명명가 2022. 12. 14. 18:02

유엔 인구국은 전 세계 인구가 20221115일에 80억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유엔은 현재 인구수에서 10억 명이 더 늘어 90억 명이 되는 것은 15년 후인 2037년으로 예측된다며 세계 인구의 전반적인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유엔은 기대수명과 가임연령 인구 증가로 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97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인구가 23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29%를 차지하고,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가 21억 명으로 26%인 것으로 분석했다. 아시아 인구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중국과 인도가 나란히 14억 명대로 1, 2위에 올랐다.

 

인구 증가로 총체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 엄청난 인구 속에서 질병은 늘어나고 식량도 부족할 것이다. 유엔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 최빈국에서 인구가 급증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라며 "인구 증가 속도가 느려지면 환경 피해가 축적되는 것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밝혔다. 빠른 기간에 불어난 인구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이 문제는 식량과 자원 부족, 경제 불평등의 심화, 기후변화 등 많은 문제의 중심이 된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떨까?

4,000만 명대 초반~5,000만 명을 적정 인구로 보는 분석이 많다. 이는 지난해 전체 인구 5,163만 명보다 1,000만 명이나 작은 규모다. OECD 회원국 중 인구밀도 1위로 저출산과 인구 감소세가 재앙이 아닌 대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처참하다. 예산 살포에도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친 출생률이다.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은 탓으로 저출산, 노동력 감소, 경제 위기라며 저출산 망국론을 말한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중국의 고민도 '저출산'이다. 저출산에 의한 인구 감소로' 인구 절벽'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해온 성장 동력은 인구인데, 그 인구가 줄어들면서 경제도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2위 국가 인도는 중국과는 정반대 고민을 하고 있다. 2023년이면 중국을 추월해 인구 1위로 올라설 전망인데, 인구 급증으로 주거 문제와 일자리 부족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 전체 인구는 2080년까지 104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북아는 지속해서 인구가 감소해 저출산 문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202211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을 포함한 우리나라 총인구수는 5,1738,071명으로 전년 대비 0.18% 감소했다. 우리나라 총인구가 감소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 인구수는 2070년에 2021년보다 1,370만 명가량 줄어 3,80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2223일 통계청은 우리나라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8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저 기록이고, 세계적으로도 최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대로라면 올해에 0.7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500명으로 전년보다 4.3% 줄었고, 전체 인구는 57,300명 자연 감소했다. 2070년에는 20215,200만 명보다 1,400만 명 줄어 3,800만 명까지 떨어져 지방 소멸이 가속될 것이고,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은 62.2세로 올라갈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가 되면서 지방이 소멸하고, 생산 인구가 감소하여 여러 분야에서 균열이 일어날 것이다. 반면 세계 인구는 103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인 총부양비가 202038.7명에서 2070117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소멸이 시작된 지방의 한 도시에서는 이미 일정 규모 이상 고객이 존재해야 운영될 수 있는 백화점, 은행, 마트 등을 철수했다. 일할 곳이 사라지자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아이들이 사라지자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병원도 문을 닫았고 학교도 줄줄이 폐교됐다. 낡은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이 어려워져 빈 채 슬럼화됐고, 농사를 짓지 않는 무 경작지가 늘어나 황폐해졌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 2020년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고, 현재 추세라면 2025년 한국 전체가 초고령사회가 된다. 나라 전체가 빠르게 늙어가면서 잠재성장률은 점점 떨어지고 재정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것을 전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20218월 말 부산은 고령사회 진입 이후 불과 6년여 만에 초고령사회로 들어서게 됐다. 통계로 볼 때 부산의 전체 인구는 매달 2천 명씩 감소하고, 고령인구는 매달 2천 명씩 증가한다.

 

경제발전에 따른 생활 향상으로 노인층이 더욱 두꺼워졌고 그들의 육체적 노화현상, 정년퇴직, 수입 감퇴 등으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되었다. 노년층의 경제적 고충, 고독감, 무력감 등의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그들의 고독한 심리, 역할 상실, 사별, 허무감 등이 따라왔다. 노인의 사회적 소외는 거부감, 천시와 냉대, 무관심, 무례함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노인 문제가 가족 안에서 해결되었으나 이제는 사회문제로 바뀌었다. 우리나라 고령층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1위이며 생활비를 공적 연금으로 감당할 수 있는 비율은 8%에 불과하다. UN의 초고령사회 기준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 대비 20% 이상일 때를 말한다. 일본은 이미 2018년에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사회, 경제적 변화와 대응 정책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어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리의 앞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에서는 65세 이상 취업자의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이고, 대부분 아르바이트나 시간제다.

 

일본은 고령화로 재정 적자가 확대되어 공적 연금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앞으로 연금 수급 개시 나이가 현행 최고 70세에서 75세까지로 늦춰진다. 법 개정에 따라 20224월부터는 60세에서 75세 사이, 원하는 시기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인구 구조 측면에서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눈앞에 다가온 현안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탓에 재원 부족으로 지급액이 줄어들고, 지급 시기를 늦추는 일본의 공적 연금 개편 방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의료기술과 건강 관련 산업을 집중하여 육성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으로 일본 정부의 실상이 잘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접종 진행 속도가 왜 그렇게 느린지 궁금하게 생각했다.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공언하고도 1 이상 접종자 수가 많아지지 않는 이유는 초고령사회라는 일본 사회의 특징 때문이었다. 접종 장소에서 접종을 받으려면 인터넷 예약이 필수인데 이것이 노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일본은 인구의 30% 65 이상이므로 정책의 실행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이 없는 노인들이 많았고, 가정에 컴퓨터가 없는 분들도 있었다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판과 화면의 글자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 시대에 행정 시스템의 문제도 한몫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것이 없다.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마이넘버 카드가 없는 사람이 인구의 3분의 2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얼굴 사진과 지문 정보가 전산 관리되는 주민등록증이 있고, 개인마다 소지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담당 직원이 주민들의 주소지로 접종권을 우편 발송하고 그것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게만 접종해주었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의 안면 정보와 지문 정보, 개인 정보들을 국가가 전산 관리하는 나라들이 별로 없다. 영국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해서 본인이 자발적으로 자기 주소지 정보를 밝히지 않는 한, 누가 어디에 사는지 찾아내기도 어렵다. 서방 국가들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주민등록증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것은 지나친 정보집중과 국가의 개입이 개인 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닥쳐올 심각한 간호 인력 부족 문제에 대비해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나이 많은 노인들이 많아지고 그들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당면 과제들을 일본은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주목받고 있다. 노인시설의 치매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예쁘게 화장해주는 화장품 회사가 있고, 할머니 고객의 안전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늦춰주는 백화점도 있다. 고령자 병간호 센터를 두는 케어 편의점이 생겼다. 고독사가 늘자 고독사 보험이 생기고, 빈집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회사가 등장하는가 하면, 어떤 경비회사는 출장 직원이 전구를 갈아주는 등의 가사 대행 서비스까지 해준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온천 여행을 도와주는 ‘travel helper’가 등장하고, 시내 러브호텔은 노인 고객들을 위해 계단에 난간을 설치하고, TV 리모컨 버튼도 글자가 잘 보이는 큼지막한 것으로 교체한다. 일본은 노년 인구가 늘어나면서 기저귀 쓰레기 분량이 예상치 못하게 급증했다. 유아용에 비해 크고 무거운 데다 수분 흡수량이 많아 잘 타지도 않는다.

 

일본에는 편의점 난민이라는 말이 있다. 편의점 난민이란 편의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걸어서 쉽게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으면 편의점 시민이고, 그렇지 못하면 편의점 난민이다.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직면할 상황을 예측하고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도 일본의 초고령사회 모습을 거울삼아 미래 사회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때다. 나이 들수록 오랜 세월 많이 경험한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난날에 경험했던 일들이 오늘날에는 자랑할 만한 일이 못 되는 경우도 많고, 세상은 아주 빠르게 변한다. 과거의 지식과 경험은 앞으로 배워야 할 지식과 경험에 비교할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모르는 것이 있어도 묻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 자주 묻고 배우는 것이 초고령사회에서 상생하는 길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난한 노인의 시련  (0) 2023.01.23
국사봉과 붕어섬에서  (0) 2022.12.16
스트레스  (0) 2022.09.22
친구  (0) 2022.06.26
나이야, 가라  (0) 202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