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눈길

명명가 2021. 2. 3. 08:09

대부분 사람은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픕니다. 아픔이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남의 상처는 ‘별것도 아닌데 뭘 그런 일로 그럴까?’ 하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가끔 상처와 아픔 그리고 본질적인 외로움을 겪습니다. 가까운 친인척 간에도 뜻하지 않게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아무도 자기를 진정으로 위로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인생은 고독하다고 말합니다. 큰 상처가 있는가 하면 가벼운 상처도 있습니다. 작은 상처일지라도 당하는 사람에게는 늘 절대적인 무게로 느껴집니다.

이청준의 《눈길》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자수성가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과, 집안의 불행을 자신의 부덕함으로 돌리는 어머니, 그리고 주인공과 어머니 사이의 화해를 이끌어 내는 아내가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부모와 자식 사이를 물질로만 생각하여 어머니에게 아들은 아무런 ‘빚’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현대인의 이야기로 떠오릅니다. 아들이 어머니가 집을 고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부담을 느껴 일찍 서울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아내를 통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화해하는 과정이 나옵니다. 소설 속의 노모가 새벽에 매정한 아들을 떠나보내고, 하얀 눈길을 돌아옵니다.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눈물을 흘리고, 아들의 발자국마다 끝없는 눈물을 뿌리며, 아들의 앞길이 잘 되길 빌면서 돌아옵니다. 이 모습이 전형적인 어머니의 삶입니다.

 

거절은 상처와 아픔을 줄 수 있습니다. 부탁을 하는 사람이나 들어주는 사람이 어느 선에서 부탁하고 어느 선에서 들어주어야 할지가 중요합니다. 그 기준은 중도로 판단하여야 하고, 중도가 가장 많은 이익을 줍니다. 부족했던 시절을 살아온 지난날을 돌이켜봅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여겼는지 더듬어 봅니다. 부모님이 모든 것을 안고 숨기기만 했던 이야기가 있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밤입니다. 생각은 주로 과거나 미래에 마음이 갑니다. 아픔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쓰라린 추억에 있을 수도 있고, 몰락한 집안이나 갈 수 없는 고향이나 실패한 사업에 대한 경험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운명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상처를 받고 아픔을 겪고 살 때가 있습니다. 상처와 아픔은 사람마다 푸는 방법이 다릅니다. 우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섣부른 판단과 충동적인 감정 때문에 잘못을 저지릅니다. 누구는 술로, 누구는 게임으로, 누구는 취미생활로, 누구는 심리적 치료로 풉니다. 인간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 삶의 숙제이고, 상처와 아픔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당사자가 자신을 위해 상대방을 용서해 줌으로써 치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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