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사진첩을 넘기며

명명가 2012. 9. 3. 00:29

사진첩을 넘기며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인생 고갯길의 회한과 내 발자국에 담겨진 남다른 의미가 사진첩 속에 남아 그날을 말하고 있네.
젊은 날의 아련한 추억과 세월 속에 묻히는 부끄러운 기억들, 훌쩍 나이만 들어버린 세월이 주는 당혹스러움들, 안일하게만 살다가 기회를 놓쳐버린 아쉬움들, 퇴직이란 브레이크에 걸려 내 안목을 넓히는 몸부림이 사진 속에 비치네.
가을날 논길에 서서 들녘을 보는 마음으로 퇴직 후 삶을 그렇게 맞이하네.
익어 가는 누런빛과 고독한 미소로 2부 생활에 들어서네.
창가의 가벼운 모습이 흔들림 없이 나를 정겹게 맞아주네.
41년 6개월 동안 근무하던 직장은 그만 가고 그렇게 2부 생활에 발을 들여 놓았네.
숱한 인생의 아픔을 보아온 길이지만 아직도 버려야할 짐이 많아 버거움을 안고 흘러가는 아쉬운 여생이라네.
내 인생의 꿈은 해몽이 더 좋다네. 사람마다 자기 그릇이 있고 몫이 있네. 그 그릇에 그 몫을 채우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네.
내 곁을 떠난 것은 젊음이고 머릿속에 남은 것은 지혜뿐이라네.
하루 끼니를 찾아 먹는 평온한 생활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네.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 보며 내가 내 삶을 만들어 갈 뿐이네. 내 그림자를 거느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네.
나에게 행복을 안겨준 여러 조건들 영원히 함께하고 싶지만 그 조건은 내 옆에 오래 머물지 않았네. 행복의 조건이 사라지면 그때야 비로소 존재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게 되네.
소모적인 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여 힘들어 하며 오늘도 그렇게 사진첩을 들여다보았네. 그리하여 내 존재를 알고, 인생을 이해하며 조건에 따른 행복에서 벗어나네.
삶의 무상(無常)을 자각하고 직시하며 삶의 안식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네.
아침이란 의미가 점점 다르게 변화하고 직장생활에 익숙하던 체질이 무직자의 삶에 익숙해지네. 아침이면 그리도 분주하던 일상의 무게가 이제는 그리워지는 아이러니라네.
2부 생활에 들어서며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목적지부터 찾아야 하겠네.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고 글도 쓰고, 등산도 하고, 같은 연배들과 잡담도 하고, 집에 들어와 손자 재롱에 같이 웃어주는 것이 하루의 일과이네.
틈틈이 여행도 하고 공원에 나가 산책하는 것이 2부 생활의 여유라네. 그러다 보니 시간은 지천이었네.
하루 24시간 그게 온통 나만을 위한 시간이라네. 엄청난 시간부자라네. 직장이 있으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네. 시간은 내 마음먹은 대로 내 뜻을 받아주었네. 그러나 하염없이 걸어야 하는 2부 생활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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