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밤 줍던 날

명명가 2013. 10. 6. 18:05

 

 밤 줍던 날

 

고향의 밤나무를 흔들면 어린 시절에 쏟아지던 밤이 아직도 남아 떨어진다.

밤을 주우려고 옛집으로 향했다. 고향의 시내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고향 사람들은 아직 우리를 기억하고 있다. 먼저 아는 체하는 사람들도 있고 점심 값을 내 주는 사람도 있다. 정으로 사는 곳이 고향이다. 아침 10시반 경 집을 나섰는데 14시 경에 고향의 중산골 산자락에 차를 세웠다. 산골짜기 언덕을 따라 밤을 줍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차만 가끔 차도를 오갈 뿐, 산 속에는 사람들이 없다. 가을이 깊어 가는 10월 중순, 화창한 가을 날, 밤을 줍는다는 것만으로도 흡족하다. 긴 대나무로 밤나무를 내리치며 떨어지는 알밤을 보고 밤알이 굵다고 환호성이다. 밤나무 밑으로 알밤이 후드득 쏟아진다. 밤나무 위를 올려다보니 밤송이가 다닥다닥 열려 있고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다. 바람이 불면 쏟아질 터인데 바람 한 점 없다. 밤나무 밑에 수북이 쌓인 밤송이가 풍성하다. 그 밑에서 풍년을 줍는다. 그 풍년은 가을의 너그러움이다. 시골 태생이라 그런지 늘 이런 모습이 좋다. 초등학교 다닐 때 뒷산에 올라가 알밤을 줍던 옛 추억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에 밤이 탐스럽게 익어갈 무렵, 산에 올라가 밤나무를 흔들면 밤나무는 아무에게나 알밤을 내주었다. 정신없이 밤을 주워 바지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알밤을 주워 양쪽 바지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부러운 것이 없었다. 양손까지 밤을 가득 쥐고 집으로 오는 길은 엉덩이에 바지가 흘려내려 걸음걸이가 이상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봐주던 사람들은 가고 없지만 산자락은 아직도 남아 그날을 말한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산속의 밤나무를 흔들면 그 때 쏟아지던 밤송이가 아직도 남아 떨어진다. 밤꽃이 지고 밤이 떨어지고 세월은 그렇게 간다. 그리운 것들이 지나가는 자리는 한결같다.

모아 놓은 밤을 들여다보니 크기와 색깔도 제각각이다. 어떤 밤은 단단하고 윤기가 흐른다. 어떤 밤은 어설프고, 어떤 밤은 작아도 야무지고 맛이 달며, 어떤 밤은 크지만 속은 싱겁고, 또 어떤 밤은 겉이 멀쩡해도 속에는 벌레가 들어 있다. 우리에게 오기까지의 긴 시간들을 생각하면 줍는 것이 미안하다. 여러 과일 중에서 밤처럼 날카로운 가시로 완전 무장한 과일은 드물다. 밤은 몸을 가시로 무장하고, 알밤이 된 뒤에도 단단한 껍질로 또 무장하고, 속껍질은 떫은 타닌으로 쌓여 있다. 다른 과일은 속에 씨가 들어 있지만 밤은 씨가 없이 밤 전체가 모두 씨다. 동물들에게 먹히면 멸종되지 않도록 방어하는 것이다.

밤은 근력을 강화해 주고 뼈를 단단하게 해주는 등 건강에도 좋다. 무기질이 골고루 들어 있고 비타민은 쌀보다 4배나 많고 알코올의 산화를 도와주는 기능이 있어 생밤을 술안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생밤은 차멀미에 효과가 있으며 신장을 보호한다. 밤 껍질을 쉽게 벗기려면 깨끗이 씻은 밤을 팔팔 끓인 물에 담가 10분 정도 지나 껍질을 벗기거나, 하루 전 날 미리 차가운 물에 담갔다가 껍질을 벗기면 쉽게 벗겨진다. 벗긴 밤은 설탕물이나 식초를 탄 물에 담가야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신문지에 한 번 싸고 비닐에 다시 한 번 싸서 냉장고에 보관하면 좋다. 생밤을 많이 먹으면 설사할 수도 있고 삶은 밤을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릴 수도 있다.

                                                              (2010. 9. 22)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부모 육아  (0) 2013.10.13
옛 것을 찾아  (0) 2013.10.08
수실을 만들고  (0) 2013.10.06
뻐꾸기 유전자  (0) 2013.10.05
참깨 재배  (0) 201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