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옛 것을 찾아

명명가 2013. 10. 8. 14:38

 

 

옛 것을 찾아

 

예쁜 손녀가 푸성귀 파는 할머니를 따라 유성 5일장에 왔다. 그 물건 팔아 돈 벌면 아이스크림 사 주기를 기다리는 곳이다.

 

  옛날이 그리워 가슴이 먹먹해지거나 사람 냄새가 보고 싶으면 유성 5일장에 간다. 꼭 무엇인가 사지 않아도 된다. 대전 도심 주변에 옛날부터 자리를 잡고 유성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정겨움을 그린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어김없이 모이는 것도 신기하고, 오랜 세월 전통을 이어가는 것도 궁금하다. 할머니들이 밭에서 옥수수, 오이, 푸성귀 등을 가지고 나와 무더기무더기 가게 앞 골목길에 장이 열린다. 철을 맞은 빨간 콩도 나왔다. 만물장수 아저씨는 파는 물건들이 꽤 신기한 것들이 많다. 수도꼭지, 싱크대, 거름망, 샤워기 꼭지, , , 문고리 등 없는 것이 없다. 강아지, 고양이, 토끼까지 팔고 있다. 강아지와 토끼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한 마리 가지고 가고 싶다. 어릴 때, , 염소, 돼지, , 오리, , 토끼, 고양이 등을 팔던 소전이 있었다. 그 소전이 지금까지 이렇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쇠비름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도 있다. 전에는 나물이 아니라 밭에서 아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잡초였다. 얼마나 생명력이 끈질긴지 뽑아도 또 난다고 구박받던 풀이다. 그러나 지금은 쇠비름이 관절에 효과가 있다는 방송을 보고, 나물도 해먹고 효소로 인기가 있다. 이렇게 질긴 생명력이 오히려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과일 장수는 그릇마다 형형색색의 과일을 질서정연하게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수박이 얼마나 큰지 파는 아저씨도 힘들어 하시는데 사가지고 가시는 아주머니는 가볍다. 역시 엄마는 강하다. 손수레로 이동하는 커피아주머니, 모시 떡을 파는 아주머니도 있다. 이들 앞에는 동네 잔치하듯 아낙들이 무질서하게 모여 있다. 정감 있는 큰 플라스틱 그릇에는 미꾸라지들이 몸부림치고 있다. 조금 있으면 어느 집 보양식이 될 것 같다. 나무로 만든 젓가락에 꼬챙이로 만든 따끈한 즉석 어묵도 잘 팔린다.

생선 가게 아저씨가 갈치를 싸게 판다고 소리치니 손님들이 모여든다. 바다에서 나는 꽃게, 갈치, 고등어, 오징어, 해초 등도 있다. 해초는 반찬으로 해 먹으면 식감이 색다르다. 식혜, 수정, 시원한 콩국을 먹는 사람들이 앉아 있고, 콩국에 어묵을 넣어먹는 사람도 있다.

기름집이 즐비하게 연이어 있다. 기름집에서 고소한 냄새가 문밖까지 마중을 나오고, 손님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앉아 있다. 어떤 아주머니가 참깨 한 말을 짜서 작은 여러 병에 담아 간다. 가볍게 들고 가는 걸음이 마냥 행복하다. 씨앗 가게, 농기구를 파는 집, 그릇 가게, 모종을 파는 집의 주인들은 시골 인심을 나누어 준다. 자기 집 문 앞에서 전을 벌려도 불평하지 않는다.

점심때가 되었다. 길에 야채, 마늘, 호박 등을 조금씩 가지고 나와 팔고 있는 할머니들이 봉지에 싸온 먹을거리를 드신다. 옆에는 손녀가 좋아라고 따라 붙는다. 이 물건 팔아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준다고 약속이라도 했는지 해맑은 표정이다. 지나치려니 마음이 짠하다.

장터의 소란함이 소음으로 들리지 않고, 구성진 노랫가락처럼 들리고, 흐르는 정을 사고파는 유성 전통시장에서 어린 시절을 찾는다. 장이 설 때마다 사람들이 많이도 모여들어 사람 냄새를 만들고 그날의 모습을 재현한다, 부모님을 졸라 물건을 샀던 추억까지 서려 있다. 돌아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위로 받을 수 있는 곳이다.

5일장은 정이고 추억이다. 도심 주변에 추억을 곱씹을 공간이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축복이다. 삶이 느슨해질 때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공간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중년의 삶  (0) 2013.11.14
조부모 육아  (0) 2013.10.13
밤 줍던 날  (0) 2013.10.06
수실을 만들고  (0) 2013.10.06
뻐꾸기 유전자  (0) 201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