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신중년의 삶

명명가 2013. 11. 14. 09:51

 

신중년의 삶

 

60대에는 1년마다 늙고, 70대에는 1달마다 늙고, 80대에는 1일마다 늙는다.

 

 

손자 손을 잡고 공원에 나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할아버지하고 운동하러 나왔구나?’하고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내 이름이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었다. 세월이 흘러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렇듯 가까이 다가와 어느덧 세인들이 할아버지라고 불러 한편으론 내가 벌써 이렇게 늙었나?’하는 놀라움과 서운함이 밀려온다. 아직도 일거리가 있으면 밤새 일할 것 같은데 사람들은 할아버지라 부르며 배려의 대상으로 삼는다.

봄날은 다정하게 꽃으로 찾아왔다. 그래서 오늘은 더 평화롭다. 산수유가 노랗게 빛이 난다. 올해 처음 보는 꽃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한참을 드려다 본다. 맞은 편 긴 의자에 연세가 높으신 할머니가 앉아 계신다. 할머니는 옷으로 감싸 얼굴이 조금만 보인다. 그 할머니도 꽃을 뚫어져라 본다.

이 꽃을 언제 보겠어요?”

올 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봄을 영원히 보내지 않을 것 같은 애틋한 눈물이다. 봄을 만끽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그 분의 봄 사랑이 남다르다. 노인의 봄은 아쉬운 감정이 먼저 돋아난다. 눈을 들어 공원 숲을 본다. 어제 온 비로 연둣빛 잎들이 번지고 마디가 늘어나고 힘이 넘친다. 가로수는 연한 빛으로 변한다. 오는 봄은 힘차다. 나이가 드니 봄이 더 좋다. 따사로운 햇살과 미풍으로 날아오를 것 같다. 이 생기 넘치는 활력과 기쁨은 봄이 주는 선물이다. 부드러운 바람과 따사로운 봄볕에 흠뻑 젖으며 공원길을 걷는다. 봄은 황혼에 스며드는 눈물이다.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세월을 이기지 못하여 밀리는 노년이지만 겪은 만큼 그리움도 많다. 노년은 저무는 노을이 아니다. 감동 앞에 서면 함께 눈물을 흘린다. 인간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안다. 말을 조금만 하고 욕심도 조금만 부려야 한다.

정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찌든 노인이 여기 서 있다. 그는 접고 사는 것이 풍요를 준다는 것을 조금씩 터득한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도 둔감해졌다.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병원에 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노화는 질병을 동반한다. 이가 아프고, 원시가 되어 돋보기에 의존하고, 기억력이 전과 같지 않다. 변비가 심해 수액주사를 맞고 치료를 한 적도 있다. 혈압이 높아 혈압 약을 정기적으로 먹고 있다. 작년에는 정기검진을 할 때 위 내시경 검사를 하였는데 위염이 있다고 하면서 조직검사도 겸했다. 결과는 단순 위염인데도 3달간 위염 치료도 하고 헤리코 박테리아 치료도 받았다. 요즈음에는 어금니 한 개가 아파서 치료하는데 한 달 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노년이 축복이 되려면 건강과 돈이 필요하다.

존경받는 노인으로 사는 것은 더 어렵다. 아는 것도 모르는 것 같이 듣기만 하고, 없다는 말과 아프다는 말을 하지 말며, 무엇이나 맛있다고 하고,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꾸준히 책을 읽고 일기라도 쓰고,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귀가 잘 들리지 않고, 눈이 침침한 것은 조금 덜 듣고, 조금 덜 보아 속상하는 일이 적으라는 하늘의 섭리이다.

노년은 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 노년을 사는 것은 복된 일이기도 하고, 슬픈 일이기도 하다. 물질만능사회에서 노인이 많아지고 그 와중에 천대받기도 한다. 60대에는 1년마다 늙고, 70대에는 1달마다 늙으며, 80대에는 1일마다 늙는다는 말이 있다. 노년의 삶은 밭에서 이삭을 줍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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