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꽃을 잊는 시간

명명가 2017. 12. 28. 09:46

꽃이 지는 시간은 짧아도 꽃을 잊는 시간은 길었다.

   

내 인생이 그랬다. 꽃이 필 때는 한참 동안 찬 기운을 뚫고 나왔다. 그러나 젊은 날은 잠깐이었다. 자세히 볼 시간도 없이 사진 한 장 찍을 틈도 없이 아주 잠깐이었다. 멀리서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 사이로 꽃잎만 떨어졌다. 젊은 꽃이 지는 시간은 짧아도 잊는 시간은 한참이었다. 영영 한참이었다.

너는 무엇을 위해 살았느냐는 질문에 부끄럽지만 내 나름대로 희망이 있어 역경도 기쁨이었다.’고 대답한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았다. 교직에 종사하며 퇴직까지 수많은 이사와 떠도는 타향살이의 어려움도 많았다. 인생의 굴곡을 넘고 질풍이 몰아쳐도 잘 견뎌가며 살았다. 이제는 손자의 크는 모습을 보며 내 갈 길만 남았으니 노년이 바쁘다. 우리는 전쟁과 가난으로 기구한 시절을 살아서 그런지 비슷한 나이의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친근감이 든다. 가난이 무엇인지 체험하면서 성장했고 부모님이 자식 공부시키겠다고 어떤 고생을 하시는지 보면서 살았다. 변한 것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베풀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해진 것이다.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에서 저 세상으로 간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 불길한 징조라면서 모임을 그만두었다.

인생 70은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 시기다.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이 아니다. 건강하고 생활비 걱정이 없으면 70대는 행복을 느끼면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통해 최고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 70대는 그들끼리 모여 그들만의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들만의 즐거움이다. 그들은 이제 사소한 일상을 행복이라고 여긴다. 취미생활도 하고 부부 둘만의 여행도 하고, 주변을 산책도 한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노인들의 특성을 보이며 70대만의 방법으로 오늘을 산다. 젊은 날에는 사랑이 앞서고 노년에는 정이 앞선다. 어떤 연구 결과를 보면 74세에서 삶의 행복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책임감이나 경제력에 대한 부담감이 덜하고 자기만족의 시간이 많아 자유로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작가 루이스 월포트는 그의 저서 ‘You're Looking Very Well’에서 연령이 높은 사람이 자기 시간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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