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리 뒤편에서 그리운 소리가 들린다.
한 해를 보내는 성탄절이다. 종지기를 하셨던 분이 옛날의 교회 종소리가 그립다고 말한다. 흰 눈이 쌓인 마을에 교회당이 있고 종탑이 우뚝 솟아 있어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교회의 종소리가 그립단다. 고요한 마을에 그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면 마음이 평화로웠다. 그 시절에는 시계가 귀했다. 그 때에 시각을 알리는 교회당의 새벽 종소리가 있었다. 집집마다 이 종소리를 듣고 일과의 시작과 끝나는 시각을 가늠하였다. 근대화가 되면서 여기저기 교회가 세워지고 실제 종소리와 녹음된 종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교인들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타종교인이거나 비종교인들에게는 소음공해로 여겨졌다. 그러던 중, 1990년 ‘소음진동규제법’이 제정되어 교회의 종소리가 사라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옛날에 들었던 아련한 종소리가 다시 듣고 싶다. 사라져간 그 소리를 듣고 싶다.
옛날의 삶을 떠올려주는 소리로 빨래 방망이 소리, 쟁기질 소리, 소달구지 소리, 엿장수 가위질 소리, 소쩍새 우는 소리, 연자방아 소리, 닭 울음소리, 뻐꾸기 우는 소리, 지게 목 받치는 소리, 다듬이질 소리, 도리깨질 소리, 새 쫓는 소리, 맹꽁이 우는 소리, 자정 사이렌 소리, 버스 차장 소리, 상여 나가는 소리, 문풍지 떨리는 소리, 찹쌀떡 장수 소리, 담뱃대 터는 소리가 있다. 이 소리들은 우리의 기억을 자극한다. 지금은 그 소리도 그 시절의 삶도 사라졌다. 그 옛날, 촌스럽고 포근하던 겨울밤이 깊어지면 찬바람에 문풍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멀리서 불어대던 하모니카 소리도 들렸다. 이제 와서 하모니카를 불어대던 머리 굵은 아이들을 보고 싶다.
귀가 밝은 노인이 산다. 그 노인은 현대인의 삶이 담긴 소리도 잘 듣는다. 창밖에서 들리는 차 소리, 비바람 소리, 안내 방송, 택배 아저씨 소리, 위층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도 잘 듣는다. 밤이 깊으면 쉬지 않고 돌아가는 냉장고 소리, 노점에서 새어나오는 젊은이들의 술주정 소리, 폭주족의 오토바이 소리, 구급차 출동 소리, 새벽을 알리는 공원의 새소리 등을 유난히 잘 듣는다. 이 소리도 시간이 지나면 그리운 소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