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급우들
묵은 친구들은 묵은 김치 맛이 난다.
서대전4거리역 지하철 5번 출구로 나오라기에 두리번거리며 찾아간 음식점에는 공원에서 흔히 보았던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장소를 잘못 찾았나 싶어 두리번거리다 들어선 방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악수를 청한다. 같은 강의실에서 공부하던 젊고 활달했던 대학 동기동창을 만나러 갔는데 그 젊은 모습은 없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이름을 찾고 저 넘어 얼굴 윤곽을 다시 구성하니 옛날 모습이 나온다. 서먹서먹한 분위기였지만 못 마시는 술을 한 잔하니 자연히 말문이 터진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옛날 그 친구들의 말투가 나온다. 너무나 긴 세월이 흘렀다. 길거리에서 만나면 모르고 지나칠 것 같은 친구도 있다. 가끔은 이렇게 한 잔씩 잔을 주고받으며 옛이야기로 정을 다독거릴 수 있는 친구들이다.
세월이 이렇게 많이 와버렸다는 아쉬움이 다가온다. 이제는 사람도 산천도 여러 번 바뀐 세상에 살고 있다. 잊어버린 얼굴을 다시 보겠다고 찾았지만 참석 못한 사람의 사연이 나온다.
‘누구는 어쩌고저쩌고,’
‘어떤 친구는 먼저 저 세상으로 갔어.’
고물이 다된 세월을 탓하며 말을 잇는다. 병마와 싸우다 남긴 흔적만 달고 온 친구도 보인다. 기다리던 모습은 아니지만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인생은 덧없이 왔다가 구름 같이 그냥 쉬었다가 바람처럼 간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의 시련이 없을까마는 아무리 큰 시련을 당하더라도 우리는 잘도 이겨냈다. 오랜만에 만난 표정으로 얼굴을 맞대면서 그간의 안부를 묻고 웃는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은 큰 행복이다. 그 행복은 우리가 만든 것이다. 우리는 오늘, 묵은 급우들을 만나 묵은 김치 맛이 나는 행복을 맛보았다.
살아서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다. 훨훨 날아간 시간 속에 세월이 흐르는 것조차 잊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