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4명의 대원들

명명가 2015. 3. 17. 08:25

      

      24명의 대원들

 

정상을 생각하지 말고 무작정 올라가라.

그러면, 만끽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

   

산악회 버스 출발 시간이 7시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선잠을 잤다. 아내가 도시락을 준비해준다. 오래전에 도시락을 사용한 후로는 처음이다. 보온 도시락에 반찬을 준비하여 가방을 챙긴다. 물병과 스틱을 준비하니 그럴듯한 등산객이 되었다. 오늘은 광양 매화꽃 축제도 볼 겸 등산도 할 겸 원거리행이다. 시내를 통과하는 동안 정차하는 곳마다 우리 일행들이 승차한다. 일행 24명과 다른 등산객 14명 모두 38명이다. 지나는 곳마다 차창 밖으로 비도 오는 곳도 보이고, 지대가 높은 곳에서는 눈이 오는 곳도 보인다. 그러나 광양에 도착하니 의외로 날씨가 좋다.

등산이 시작되었다. 나는 등산에 부담이 되어 될 수 있으면 앞에 서서 걸었다. 앞에 가니 다른 친구들은 내가 등산을 잘 하는 줄 안다. 사실은 앞에 가야 힘이 덜 든다. 어려우면 중간에 한 번 더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친구에게 물었다.

이제 거의 정상에 올랐겠지.”

그 친구가 말한다.

정상을 생각하지 말고 무작정 오르는 거야.”

그것이 훨씬 편해.”

그 친구 말대로 무작정 오르고 또 올랐다. 친구들의 모습은 변했어도 그들의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정상에 올랐다.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그리 좋은지 모르겠다. 환한 표정이 똑같다. 누구 하나 다른 표정은 없다. 이 맛으로 산에 오른다. 그 곳에는 아무런 이견도 갈등도 없다. 발아래 세상이 내려다보일 뿐이다.

점심시간이다. 학창시절 소풍을 온 기분이다. 정상의 앉기 좋은 곳을 골라 마주앉았다. 준비해온 도시락을 내놓는다. 겉절이를 내놓는 친구, 이른 아침에 어떻게 준비했는지 김밥을 내놓는 친구, 밀감을 내놓는 친구, 딸기를 주는 친구, 청포도를 주는 친구 등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먹는 모습이나 맛이 학창시절의 그 시간을 재현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맛보는 도시락이다.

등산하는 거리는 8Km 이상이라고 한다. 관동정류소를 출발하여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고, 천황재에서 간식을 먹고 힘을 얻어, 갈미봉을 지나 바람재, 쪽비산을 정복했다. 힘들어도 땀을 흘려도 우리는 즐겁다. 그것이 등산이다. 굽이굽이 마음대로 자락을 이룬 길을 내려온다. 하산을 마무리할 즈음, 산기슭에 자리한 마을을 만난다. 마을 뒤에 서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

아래로 매실마을이 보인다. kbs방송국에서 나와 촬영준비가 한창이다. 요란스러운 음악과 주민들이 그들만의 축제를 위한 기대로 부풀어 있다. 아직은 성질 급한 매화나무에만 꽃이 피었다. 일찍 나온 꽃을 자세히 보니 너무 소담스럽다. 자기 마음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자기 혼자 만개한 홍매실이 그저 반가워 셔터를 몇 번 눌렀다.

가까운 친구가 축제장에서 구입한 알 수 없는 씨종자를 건네준다. 옛정이 다시 살아난다. 그 정을 밭에 심어 싹이 나고 땅속에서 어떤 결실을 맺는지 알아보고 싶다.

 

201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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