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이야기
농작물을 가꾸면 감사할 대상이 생긴다.
나는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자랐다. 그래서 낫질도 할 줄 알고, 삽질도 할 줄 안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농부나 할아버지로 생각한다. 2015년에 6년차 농부가 되었다. 날씨가 흐려 비가 올 것 같으면 문밖을 자주 본다.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면 반갑다. 흙을 일구며 비가 오면 비와 어울리고,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뜨면 햇살의 도움으로 알찬 농사를 짓는다. 이제는 느낌으로 농사철을 알 수 있다. 세상사에 시샘이 적어지고 작은 일에도 감사한다. 밭을 가꾸듯 내 삶도 자연으로 가꾼다.
2014년 2월 15일 : 날씨가 포근하고 화창하여 밭에 나갔다. 매실나무 줄기가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다. 작년에 동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잘 싸준 덕이다. 매실나무 둘레에 거름흙을 주고 정비하였다. 밭둑은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지 못하게 비닐로 씌우고, 그 위에 그물로 덮었다. 밭에 뿌리를 내린 양파, 마늘, 대파, 쪽파가 추위를 견디고 푸른색으로 생기를 더한다. 묻어놓은 무를 30개 정도 캤다. 땅속의 무가 연초록빛 싹이 난다. 서로 몸을 의지하고 나란히 서 있다. 생명의 신비를 보여 준다. 가깝게 지내는 이웃에 싱싱한 무를 나누어 주었다.
2월 17일 : 함께 등산하는 동료들에게 무를 나누어 주려고 밭에 갔다. 봄기운이 완연하다. 무를 캐어 3개의 작은 자루에 넣었다. 밭둑을 정비하고 매실나무에 밑거름을 주었다. 벌써 물이 오른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밭 근처 주민의 집에서 사는 누렁이가 꼬리를 흔들며 찾아온다. 해마다 이곳에 오니 이 개들도 알아보고 일을 하는 동안 따라다닌다. 내가 귀가하려고 승용차 시동을 걸면 멀리서 전송한다.
2월 22일 : 밭 주변에 서 있는 감나무 3 그루에 밑거름을 주고 불필요한 나뭇가지를 골라 전지하였다. 나뭇가지가 높이 올라가면 감을 수확하기가 힘들어 가지를 굽어지게 키울 예정이다.
2월 24일 : 작년 농사에 사용한 비닐이 밭에 묻혀 있어 수거하고 밭 흙을 골라 밭두둑을 만들었다. 하루에 2시간씩 작업하였다. 적당한 운동량이다. 새로운 작물을 심을 밭이랑이 만들어졌다. 땅 속에 숨어 있던 흙이 올라온다.
3월 5일 : 폐비닐을 수거하여 큰 비닐 봉투에 넣어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였다. 꽃피는 철이 가까워지자 매실나무에 싹이 튼다. 밭 모서리에는 뾰족뾰족 풀이 돋아난다. 마늘, 양파, 쪽파, 대파가 밭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활기를 찾는다. 이들은 추운 겨울을 버티고, 봄이 되어 새싹이 돋고, 자라기 시작한다. 밭의 이랑을 만드니 새로운 밭의 얼굴이 보인다. 삽질이 능숙해졌다. 초봄의 활기찬 기운이 솟아난다. 새소리, 바람소리, 생명 탄생의 신비에 감사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다.
3월 11일 : 밭두둑을 덮을 농사용 검정 비닐, 낫, 흙 소독약, 복합 비료 등을 구입했다. 오미자나무를 2줄로 다시 거리를 맞추어 심었다.
3월 15일 : 밭의 흙을 골라 2 두둑에 흙 살균제와 비료를 뿌렸다. 금년에는 좀 일찍 씨감자를 잘라 10cm 정도의 깊이로 심었다. 절단한 면이 위로 향하게 심었다. 싹이 구부러지면서 나오기 때문에 뿌리의 발육을 좋게 한다. 연작으로 인한 피해가 없는 작물이다.
3월 24일 : 밭 위쪽에 묵어 있는 묵정밭이 있다. 버려두었더니 칙이 무성하고 잡초가 많아졌다. 금년에 주변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밭으로 일구었다. 1주일에 걸쳐 흙을 뒤집고 나무뿌리, 칙 뿌리 등을 뽑았다. 흙이 기름지다. 밭 윤곽이 나타난다. 이곳을 제2농장이라고 했다.
3월 25일 : 제2농장 앞 경사면에 자두나무 3 그루에 하얀 꽃이 핀다. 옆으로는 큰 소나무 3 그루와 떡갈나무 1 그루가 있고, 나무 그늘 아래 커다란 평상이 놓여 있다. 그 곳에 앉아 뒤를 보면 소나무 숲이 있고 오른쪽을 보면 커다란 벚꽃나무 10여 그루가 꽃망울을 키우고 있으며 아래쪽으로 제1농장에는 마늘, 양파가 푸르고, 더 앞쪽에는 홍 매실이 붉은 꽃을 피우고 왼쪽 둑에는 10 그루의 청 매실 나무가 하얀 꽃을 달고 서 있다. 자연의 순환은 이처럼 어김이 없다.
3월 28일 : 싹이 잘 나도록 보호하고 새들이 씨앗을 먹을까봐 비닐 멀칭을 만들고, 상추, 열무, 더덕 씨앗을 뿌렸다. 상추는 15°C 이상 올라갈 때 파종하고 봄이나 가을에 재배하여야 한다. 부추는 밭두둑을 10cm 높이로 평평하게 만들고 밑거름을 준 다음 검정비닐로 씌우고, 검정 비닐에 10cm 간격으로 구멍을 내고 부추포기를 나누어 심었다. 그러면 깨끗한 부추를 베어 먹을 수 있다. 봄인데 낮 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간다. 내일에 비가 온다는 예보이다. 안면이 있는 아주머니가 밭 구경을 하려고 올라 왔다. 대파와 쪽파를 뽑아주었더니 음료수를 가지고 왔다. 사람들에게 파를 나누어 주면 파절이나 부침개를 만들어 먹을 수 있어 너무 좋아한다.
3월 29일 : 재작년에 만든 퇴비가 금년에 사용하기에 적당하다. 퇴비장은 밭 구석에 직사각형으로 파고 지주 쇠막대를 세워 만들었다. 퇴비 재료는 농작물의 부산물과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 밭 주변의 잡풀, 주변 쓰레기 등이다. 수북하게 쌓여 있을 때 흙을 조금씩 뿌려주면 잘 썩는다. 그리고 가끔 퇴비를 뒤집어주고 겨울이 지나면 양질의 퇴비가 된다. 한 해 농사의 성패는 퇴비의 양과 질에 달려 있다.
3월 31일 : 상추를 옮겨 심었다. 상추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빈혈환자에게 좋다. 상추에서 나오는 락투세린과 락투신이 들어 있어 최면효과도 있다. 쉬는 시간에 음료수를 마시면 새참의 진미가 돋아난다. 밭 전체를 한 번 돌며 작업 결과를 보면 농부의 순수한 마음이 나온다. 강낭콩을 밭두둑에도 심고 감자 심은 옆에도 심었다. 파를 수확하고 시금치를 뜯고, 호박 심을 구덩이 2곳을 마련하였다. 시금치가 초록색을 띠고 자라니 새들이 와서 뜯어먹는다. 시금치에는 철분, 칼슘, 비타민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마늘이 푸름을 준다. 온 밭이 검정 비닐로 덮여졌다.
4월 1일 : 작년 4월 1일에 매실나무 한 그루에 4000원씩 주고 11그루를 심었고, 오미자는 한 그루에 1000원씩 주고 30그루를 밭에 심었다. 올 해는 그 매실나무에 꽃이 피고 오미자나무에는 초록색 싹이 나온다. 위쪽 밭 2두둑에 1차로 옥수수를 파종했다.
4월 2일 : 금년에 처음으로 마를 재배하기로 하였다. 퇴비거름을 충분히 뿌리고 토양살충제를 살포한 후 곱게 두둑을 다듬었다. 마 씨를 구입했다. 5천원에 100개 정도를 구입하여 한 두둑에 2줄로 심었다. 덩이뿌리가 짧은 단마는 수확도 간편하고 수확량도 많아 텃밭 재배용으로 많이 쓰인다.
대파 씨도 1봉지 뿌렸다. 일군 밭 주변에 잡초가 나지 않도록 재활용 플랜카드를 깔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돌이나 흙으로 고정시켜 새롭게 단장했다.
4월 3일 : 2차로 옥수수 씨를 파종하였다. 주변에 새들이 많으면 주의가 필요하다. 씨앗을 먹기도 하고 싹을 잘라 먹기도 한다.
밭 주변 야생하는 머위를 사람이 드나들기 쉬운 곳으로 옮겨 심었다. 15cm 정도로 잘라 심고 복토는 3cm∼4cm 정도로 했다. 봄에는 잎을 뜯어 삶은 다음 찬물에 우려내어 쌈으로도 먹고, 무침 나물로도 먹는다. 나이든 사람들이 쓴맛이 입맛을 돋운다고 많이 먹는다. 단백질, 섬유소, 비타민A가 많아 건위, 진해, 해열, 이뇨에 효과가 있다.
4월 4일 : 유성시장에서 2만원에 1년생 더덕 2kg을 구입하여 밭에 심었다. 작년에 심은 더덕이 추위를 견디지 못해 죽은 곳도 있어 보완해 주고 나머지는 다른 두둑에 거리 간격을 좁혀 심었다. 밭 주변에 서 있는 자두나무 3그루에 밑거름을 주었다.
작년에는 봄꽃이 순서대로 피었다. 그런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하여 벚꽃, 살구꽃, 복숭아 꽃, 밭머리에는 매실 꽃, 산수유 꽃, 자두 꽃 등이 동시에 만발하였다.
4월 11일 : 밭에서 풀을 뽑았다. 감자 싹과 더덕 싹이 소담스러워 들여다본다. 봄의 생기가 솟아난다. 작은 싹이 흙을 헤치고 솟아오른다. 살아 있는 생명체에서 삶의 기운을 얻는다. 밭 주변 산에 엄나무가 있어 삼계탕 요리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양지바른 곳에 5그루 옮겨 심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엄나무 싹을 채취하기에 다가가서 말을 붙였다.
‘그것도 순으로 먹을 수 있나요.’
‘맛이 쓰지만 새 순을 먹으면 몸의 독기가 제거 되어 좋습니다.’ 하는 것이다. 말문을 튼 우리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알고 보니 나와 나이가 동갑이고, 전에는 농사를 많이 지었다고 한다. 모두 기계로 농사를 지었는데 어떻게 손으로 작업하느냐고 하면서 너무 힘들어 못할 일이라고 한다. 아무리 일하여도 남는 게 없는 것이 농사라고 한다. 나는 좋아서 하는데 그 사람은 못할 일이라고 하니 의기소침해진다. 그 사람을 보내고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외롭고 힘이 드는 일인가? 그러나, 나는 아직 좋아서 하는 일이다. 같은 일을 해도 누구는 흐뭇하고 누구는 고역인 것이 삶인가 보다.
4월 13일 : 유성시장에 있는 종묘상에 들러 호박 모종 4포기에 2천원, 가지 5포기에 5천원, 고추 20포기에 1만원, 토마토 30포기에 1만 8천원에 구입하여 밭에 심고, 물을 주고, 지주를 세웠다. 옥수수가 싹이 수줍게 올라오고, 비닐 멀칭에 뿌렸던 씨앗이 싹이 나고 많이 자랐다. 비닐을 거뒀다. 상추, 무, 얼간이 배추, 대파 등이 가지런히 자란다. 영원한 생명의 밭이다. 그 싹은 신비롭다.
4월 16일 : 토마토를 추가로 10포기와 오이를 1차로 10포기 심었다. 밭 주변의 소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너무 가까이 있어서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 그 나무 아래 부분의 껍질을 벗겼다. 껍질을 통하여 영양분을 섭취하는데 그 길을 차단한 것이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이 나무들은 죽을 것이다. 톱으로 베어내지 않아도 된다. 지난 가을에 아카시아가 밭 가까이에 있어 아래 부분의 껍질을 벗겼더니 올 봄에 죽었다.
4월 20일 : 온통 마음이 밭에 머문다. 모든 곡물이 잠을 깨고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이다. 매실나무에 열매가 맺었다. 놀랍다. 오미자는 더 푸르고 자두나무는 아직도 꽃이 피어 있다. 호박은 몸살을 한다. 물을 듬뿍 주었다. 밭이랑 사이에 풀이 나온다. 재활용 플랜카드를 깔았다.
4월 22일 : 옥수수 싹이 뾰족뾰족 나온다. 감자, 강낭콩, 옥수수 등이 싹을 틔우는 장면을 보면 경이롭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훨씬 많은 흙을 번쩍 들고 세상에 나온다. 그 중에도 감자는 힘이 대단하다. 덮은 비닐을 밀어 올릴 정도이다. 감자 싹은 무럭무럭 자란다. 더덕이 금년에 심은 것은 싹이 트고 작년에 심은 것은 줄기가 많이 자랐다. 덩굴강낭콩을 파종하였다. 거세미(굼벵이) 약을 파종 직전에 뿌려 예방하였다. 옥수수에 많이 발생하는 병해로 검은 줄 오갈병(흑조 위축병), 깜부기병(흑수병) 등이 있으며, 충해는 조명나방, 멸강충, 거세미 등이 있다. 잘 관찰해야 한다.
4월 29일 : 유성 시장에서 오이 모종을 20개 사서 추가로 이식했다. 비가 오는 관계로 고구마 모종을 구입하여 집으로 가지고 왔다. 고구마 순은 길이가 30cm 이상인 것을 골랐다.
4월 30일 : 어제 구입한 고구마 순을 밭에 가서 심었다. 대각선 방향으로 길게 구멍을 뚫고 그 속에 밀어 넣으니 길게 잘 심어진다. 크기가 작은 고구마를 수확하고 싶어 20∼30cm의 거리 간격으로 좁게 심었다. 매실 열매가 알이 커졌다. 첫물은 따서 버렸다. 아깝다. 더덕이 소담스럽게 크고 마, 옥수수, 강낭콩, 토마토, 가지, 오이, 고추가 자리를 잡았다. 마늘, 양파, 쪽파, 대파는 거둘 때가 되었다. 상추와 부추를 먹을 만큼 거두어 왔다. 부추로 전을 만들어 맥주와 함께 먹으니 제격이다.
5월 4일 : 수박을 1m 간격으로 심고 물을 주었다. 수박 농사의 즐거움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수박 열매를 보는 것이다. 우리가 먹을 만큼만 생강을 심었다. 생강은 1개월 이상 기다려야 싹을 볼 수 있다. 심은 고구마가 시들어 물을 주었다. 바람이 심하여 매실나무 가지 하나가 부러졌다. 톱을 6천원 주고 구입하여 밭에 그늘을 만들어 지장을 주는 소나무 밑 부분의 껍질을 벗겼다. 토마토, 오이, 고추, 오이, 덩굴강낭콩에 지주를 세웠다. 지주는 작년에 50개에 2만 2천원에 구입하였고, 비닐 끈은 금년에 다시 6천원에 구입하였다. 비닐 끈 사용 방법이 능숙해졌다.
5월 6일 : 옥수수와 감자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상추를 먹을 만큼 뜯어 왔다. 참깨는 씨가 너무 작아 파종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먼저 밭두둑을 덮은 비닐에 구멍을 낸 다음 깊지 않도록 흙으로 메우고, 그 위에 참깨 씨를 뿌리고, 다른 흙으로 얇게 덮어준다. 참깨 씨를 뿌리는 방법은 작은 음료수 빈병을 준비하고, 빈병 뚜껑에 구멍을 내어, 병 속에 참깨 씨를 넣어 거꾸로 들면서 뿌리면 1회에 3개씩 떨어진다. 빈 병에 내는 구멍의 크기는 씨앗 크기의 3배로 하였다. 참깨의 발아는 낮 기온이 25°c 이상으로 3일 정도 계속 되어야 하고, 땅의 습도가 유지되어야 했다.
5월 8일 : 밭 주변에 있는 벚나무가 너무 커서 옆에 있는 감나무가 크는데 지장을 주어 가지치기를 하였다. 산속에 있는 아카시아 꽃이 만발하였다. 봄바람을 타고 아카시아 꽃향기가 날린다. 부지런한 벌들이 일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의 소리를 따라 나도 팥을 심었다. 더덕이 푸른 줄기가 길어진다. 잎을 따면 향이 진하다. 토마토와 오이가 바람에 상하지 않도록 묶어주었다. 마 싹이 나는 모습은 자꾸 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5월 12일 : 밭 진입로 옆에 난 풀을 베고 늘어진 나뭇가지를 잘랐다. 자른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매실나무가 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3각 지주를 세워 주었다. 밭의 토마토에는 노란 꽃이, 감자에는 하얀 꽃이 피었다. 이 꽃들이 지면 열매가 맺는다. 감자 꽃을 따 주었다. 그러면 감자알이 굵어진다. 마늘종을 뽑았다. 오전 10시가 넘으면 잘 안 뽑혀 마늘까지 뽑힐 수 있다. 아침 일찍, 또는 오후 5시 이후에 잘 뽑힌다. 참깨가 소담스럽게 생명의 싹을 틔웠다. 여기저기 3개∼5개씩 나온다. 싹이 나지 않은 곳에 다시 직파하였다. 씨앗 속에 숨어 있는 새싹을 보려면 흙의 품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5월 16일 : 작년에 종묘상에서 구입한 분무기(4만원)로 물을 주면 참 편리하다. 옥수수가 힘차게 자란다. 곁가지가 여러 개 나와 손으로 곁가지 싹을 제거해주었다. 고구마가 자리를 잡고, 머리를 위로 든다. 토마토에 작은 열매가 맺혔다. 밭 둘레에 자리한 감나무에 감꽃이 맺히고 자두나무 열매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5월 23일 : 토마토의 열매가 방울토마토 크기만 하다. 토마토 곁가지를 따주었다. 곁가지는 계속 나온다. 곁가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열매도 부실하고 바람이 통하기 어려워 여러 가지 병에 노출된다. 원줄기가 아주 굵어졌다. 토마토 향이 짙다. 오이의 노란 꽃이 선명하다. 옥수수는 튼튼한 몸통을 만들고, 밭 구석에 심은 호박은 숨어서 작은 열매를 맺고 있다. 농작물들이 이른 더위에 성장통을 앓고 있다.
5월 25일 : 오늘 비가 온다고 하여 참깨가 무리지어 싹이 난 곳을 속아주었다. 오이, 토마토, 더덕, 마에 세워준 지주에 끈을 묶어 주었다. 상추를 땄다. 상추 잎을 딸 때 나오는 흰 즙이 락투신 성분인데 해독작용을 한다. 상추에는 비타민 A와 B, 철분과 칼슘, 히토신 등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섬유소가 많아 장운동에 효과적이다.
6월 2일 : 수박이 많이 자라 수박 순 자르기를 했다. 수박은 아들 덩굴에서 열매가 열린다. 어미 덩굴의 순을 잘라주어 아들덩굴이 자라게 순을 자른다. 불필요한 손자 덩굴은 제거하고 16∼18마디 사이에서 2개의 열매를 맺게 할 계획이다. 참깨는 가물어도 잘 자란다. 본 잎이 2매∼3매가 되었다. 한 곳에 2개씩만 남기고 솎아주었다. 마늘을 수확하였다. 마늘이 어찌 큰지 양파와 비슷하다. 껍질이 붉은 무늬가 있어 좋다. 수확한 마늘로 마늘장아찌를 만들면 좋다. 대파를 옮겨 심었다. 여러 번 솎아먹으려고 밀식했다.
6월 5일 : 비가 온 후 밭 주변에 풀이 무성하다. 밭에 쇠비름을 뽑아 놓고 그냥 같더니 살아남아 있다. 그래서 풀을 뽑으면 뽑은 풀포기는 모두 밭 밖으로 거둬내야 한다. 참깨가 자라는 틈으로 잡풀이 몰래 자라고 있다. 숨어 있는 풀을 찾아 뽑아냈다. 마늘을 수확한 자리에 밑거름을 넣고 평평하게 만든 다음, 비닐을 씌우고 이랑은 플랜카드로 덮었다.
6월 6일 : 오이를 수확하였다. 옥수수, 토마토, 고추에 추비하였다. 수박이 꽃을 맺기 시작한다. 7월 10일경에 수확할 것 같다. 쪽파를 수확하여 볕에 말렸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된다.’는 말이 있다. 파뿌리를 보니 하얗다. 올해는 유난히 더위가 일찍 찾아와서 그런지 병충해가 극성을 부린다. 고추에는 겉날개가 누런 노린재가 모여든다. 오이에는 진딧물이 많다. 진딧물은 날아서 이동한다. 진딧물이 내는 감로라는 단물을 개미가 취하기 때문에 개미도 따라 다니고, 천적인 무당벌레도 따라 다닌다. 농약을 쓰지 않고는 수확할 수 없는 지경이다. 살균제를 뿌렸다. 분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작은 농작물 위에 뿌려지는 소리가 시원하다. 상추, 오이를 따다가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도 즐거움이다.
6월 8일 : 양파를 수확했다. 양파의 색깔이 자주색도 있고 붉은 색도 있어서 사과를 모아 놓은 것 같다. 우리 식탁에 꼭 필요한 식재료로 건강식품이다.
6월 10일 : 검정콩을 직파하였다. 서리가 내리면 수확한다는 콩이다. 밭에도 심고 밭 주변 공한지에도 욕심껏 심었다.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6월 13일 : 옥수수 키가 어른 키보다 크다. 수박은 한 포기에 2개씩 열렸다. 두고 보기에도 아깝다. 참깨는 온 밭을 푸른색으로 덮는다.
6월 14일 : 들깨 씨를 뿌렸다. 참깨 씨를 뿌리는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직파하였다. 새가 와서 먹을 염려가 적어졌다. 옥수수가 꽃을 내민다. 옥수수수염이 나오고 30일 정도 지나면 수확할 수 있으니 7월 15일 정도면 수확할 수 있다. 파종 시기와 종자를 다르게 했으니 수확시기도 다르게 할 수 있어서 좋다. 참깨에 이슬을 머금은 하얀 꽃이 밑에서부터 피기 시작한다. 마디 호박을 수확했다. 마디호박은 땅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 좋다. 1포기에서 1주일에 3개씩은 수확할 수 있다.
6월 21일 : 지난번에 검정콩을 심었는데 꿩이 콩을 골라 먹고 순을 잘라 먹었다. 다시 콩을 심었다. 꿩이 오지 못하도록 지주를 세우고 줄을 띠고, 비닐 조각을 매달았다. 의심이 많은 새들이 오지 않을 것이다. 일반 호박에도 꽃이 피었다. 비온 후에 모든 농작물이 싱싱해졌다. 동생 내외와 함께 감자를 수확했다. 이렇게 큰 감자는 처음 구경하였다. 수확량은 5박스 정도나 되었다. 여러 집에 나누어 주었다. 참깨가 무성하고 환한 꽃이 많이 피었다. 참깨의 키가 1m 정도 자랐다. 벌과 나비가 오간다. 저 꿀벌이 4200번을 왕복해야 꿀 한 숟가락을 얻을 수 있다니 그 부지런함이 놀랍다. 일기예보에 관심이 많아졌다. 참깨의 병충해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참깨 수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병충해로는 생육 초기에 발병하는 입고병과 고온다습할 때 발생하는 돌림병, 시들음병 및 생육 후기에 발생하는 잎마름병이 있다.
6월 24일 : 밭에 들어서니 산비둘기가 기겁을 하고 산 속으로 도망친다. 꿩은 오지 않는데 대신 산비둘기가 심은 콩을 먹고 있다. 이들은 내가 없으면 자기들이 주인 행세를 한다. 전에는 불청객인 두더지가 밭에 가끔 오더니 지금은 흔적도 없다. 두더지가 싫어하는 생선이며 기름 냄새 나는 것을 여기저기 묻어두어서 그런가 싶다. 옥수수는 하루가 다르게 여물어 간다.
6월 26일 : 오이, 고추, 토마토를 한 아름 가지고 왔다. 토마토가 너무 빨갛게 익으면 새들이 쪼아서 못 먹게 된다. 그래서 조금 덜 익은 것도 따왔다. 덜 익은 것만 골라 거실 한 구석에 놓고 하루만 지나면 홍시처럼 익는다. 너무 보기 좋아 아내와 나만 자주 본다. 다른 식구들은 별관심이 없다. 호박이 힘차게 줄기를 뻗고, 노란 꽃의 암꽃에 열매를 달고 있다. 매실나무와 오미자나무의 가지가 무성하다.
6월 28일 : 속담에 ‘비둘기는 콩밭에 마음이 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비둘기는 늘 자신의 관심거리인 콩밭에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이 속담을 확인이라도 하듯 지난번 파종한 콩을 비둘기가 모두 쪼아 먹었다. 콩을 좋아하는 비둘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
6월 29일 : 밭에 가니 비둘기 3마리가 날아간다. 콩을 다시 심고 그물로 덮었다. 강낭콩을 뽑아 평상에 앉아 꼬투리를 깠다. 시원한 바람에 더위를 잊고 흘러간 노래를 들으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수박이 많이 커졌다. 고추와 오이, 토마토를 큰 가방에 수확하였다. 매일 수확해도 계속 열린다. 빨간 토마토는 들여다보기만 해도 좋다. 열매를 따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즐거움이다.
7월 2일 : 토마토 지주가 무게를 못 이기고 5그루가 넘어졌다. 토마토 열매가 점점 커져 바람에 넘어진 것이다. 내년부터는 한 그루에 하나씩 큰 지주를 세워주어야겠다. 갈 때마다 토마토를 한 가방씩 수확한다. 들깨 모종을 이식하였다. 밭에 가면 수박을 언제 딸지 만져보고 두들겨 본다.
7월 12일 : 토마토 한 가방, 오이 한 가방을 땄다. 일찍 심은 옥수수의 꽃 수술이 시들고 꽃이 핀지 25일이 지났다. 일부는 수확할 시기가 되었다. 1차로 50개 정도 크고 잘 여문 것만 골라 땄다. 껍질을 벗겨 놓은 옥수수 무더기가 너무 보기 좋다. 옥수수의 하얀 이가 탐스럽다. 수박은 가장 먼저 열린 것으로 3통을 수확했다. 아주 잘 익었다. 품질이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것과 같다. 빨간 수박속이 너무 좋다. 요즈음은 새들이 밭에 들어와 토마토도 먹고 옥수수도 먹는다. 까치에게 뜯긴 가장 잘 익은 토마토는 상처 주위가 썩어 못 먹게 된다. 그래도 너그럽게 봐 준다.
7월 13일 : 날씨가 더워 일찍 맺은 참깨가 잘 여문다. 농사는 자연이 도와주어야 거둘 수 있다. 어제 밤에 소나기가 왔다. 땅이 젖어 있다. 들깨를 두 번째 이식하였다. 키가 너무 큰 것은 휘어심기를 했다. 들깨는 가뭄에 아주 강하다. 오늘도 수박을 3통 땄다. 딸 때마다 잘 익었을지 궁금하다. 경사진 곳에 옮겨 심은 머위가 땅이 척박하고 그늘에 덮여도 잘 자란다. 머위의 번식은 뿌리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7월 21일 : 들깨 잎을 따고 들깨를 이식하고 수박도 마지막으로 수확한 다음 정리하였다. 상품 가치가 있는 수박 10통 이상을 땄다. 웃자란 들깨 모종을 땅속에 구부려 심었다. 들깨는 더위에 강하여 물도 주지 않고 대강 심어도 잘 산다. 옥수수, 들깨, 수박 줄기 등을 모아 퇴비장에 쌓았다. 퇴비장이 점점 커진다. 토마토, 옥수수를 수확했는데 그 양이 많다. 토마토는 10 상자 이상 수확했다. 집으로 가져온 토마토는 잼을 만들었다. 맛이 정말 좋다.
7월 22일 : 산밭의 평상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면 시간이 흐르는 것, 계절이 바뀌는 것, 씨앗이 자라 열매가 되는 것을 하나하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다. 옥수수를 여러 번 수확하여 여러 집에 나누어 주기도 하고 냉동고에 보관하였다. 겨우내 먹을 수 있다. 생으로 보관하기도 하고 삶은 다음에 식혀서 보관하기도 하였다. 종자로 사용할 것은 껍질을 일부 남겨 베란다 구석에 매달고 옥수수차를 만들 것은 못생긴 것만 말렸다.
7월 26일 : 어젯밤에 전국적으로 바람이 심하게 불어 걱정이 되었다. 오후에 날씨가 좋아 밭에 나갔다. 약간의 피해만 있을 뿐 별다른 피해는 없다. 토마토, 가지, 옥수수를 거두었다. 가지가 지주대보다 더 높이 자랐다. 여기저기 열매가 많이 맺혔다. 가지는 조금 작은 것을 수확하여야 좋다. 연한 가지나물 맛이 좋다.
7월 27일 : 참깨 아랫부분의 열매가 갈색으로 변해 알이 쏟아진다. 비둘기가 자주 드나든다. 수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윗부분의 열매가 푸릇푸릇한 것도 있지만 오후에 참깨를 베었다. 밭 가운데에 천을 깔고 참깨 알을 털면서 다발로 묶었다. 그 위에 지주를 세워 고정시키고 참깨 다발을 교차하여 가지런하게 세웠다. 태풍이 불어도 피해가 없도록 참깨 윗부분을 비닐로 씌우고 묶은 다음 그물로 덮었다. 피곤하지만 오늘 흘린 땀이 보람이 된다.
8월 1일 : 고구마 줄기가 많이 자랐다. 고구마 줄기를 젖혀주고 풀도 뽑아주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고구마 잎을 고란이가 뜯어먹었다. 분명 고란이 짓이다. 생강이 꼭 대나무 잎처럼 자랐다. 참깨 다발을 세워놓은 곳에 가보니 그물로 덮은 무더기 맨 위에 비둘기가 올라와 죽어 있다. 깨를 주워 먹으려고 들어갔다 나오지 못하고 위로 올라만 가다가 죽은 것이다. 새대가리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들깨 잎을 땄다. 잎을 딸 겸, 순을 잘라 가지를 많이 치게 할 겸 2가지 목적으로 들깨 잎을 땄다. 이후로 들깨 잎을 따면 열매 맺는데 방해가 된다. 들깨 잎의 향이 아주 진하다. 점심 식사 시간에 고기하고 같이 먹었더니 별미이다.
일반 고추가 주렁주렁 열리더니 빨갛게 익어간다. 익은 고추를 따다 베란다에서 말렸다. 색깔이 너무 빨갛고 화려하다. 모두 수확하면 우리가 먹을 양은 될 것 같다. 농부들이 고추농사를 선호하는 마음을 알 것 같다. 수익성이 있는 작물로 생각되지만 한더위 땡볕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8월 5일 : 밭 가운데에 참깨 묶음이 가지런하게 서 있다. 참깨 묶음을 옮기며 방석을 깔고 긴 막대기로 턴다. 잡티를 가려내고 알곡만 남긴다. 바람이 일을 할 차례다. 주변의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들이 합창을 하면 바람이 분다. 그때를 기다렸다가 잡티를 날려 보낸다. 원시적인 놀이처럼 재미있다. 한참을 반복하여 하얀 참깨가 남는다. 천 가방에 깨끗한 참깨만 골라 담는다. 6kg 정도 되었다. 처음 참깨를 벨 때에 수확한 양과 합해 8kg 정도 되었다. 아내는 농작물 중에 참깨를 제일 좋아한다. 참깨를 턴 다음 참깨 다발을 다시 교차하여 나란히 세우고, 비닐과 그물로 윗부분만 덮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세웠다.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비둘기가 상주하여 먹는다. 나눔이 미덕이라지만 요놈들은 좀 심하다.
농작물을 말리는 일이 자주 있을 것 같아 건조기를 구입하였다. 고추를 말려보니 참 편리하다. 아파트에서는 여러 가지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8월 10일 : 무더위가 조금 꺾인 것 같다. 2차로 참깨를 털었다. 지난번에 세워둔 참깨 묶음을 털었다. 아주 잘 마른 참깨가 우수수 떨어진다. 지난번과 같은 방법으로 털었는데 5kg 이상 된다. 모두 2말이 넘는 양을 수확했다.
8월 17일 : 밭의 이곳저곳에 무성한 잡초를 뽑았다. 바랭이, 명아주, 쇠비름, 쇠뜨기와 전쟁이다. 뽑은 풀을 퇴비장에 쌓아놓으면 수북하던 것이 며칠 지나면 가라앉는다. 또 쌓고 쌓아도 가라앉는다. 이런 과정으로 거름이 만들어진다.
8월 23일 : 무가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두둑을 크게 만들었다. 밑거름을 뿌리고 살균제도 뿌렸다. 두둑 가운데에 무씨를 파종하였다. 새들이 오지 못하게 그물을 덮었다. 그래도 밭 주변의 나무를 오가는 새들은 언제 우리가 가는지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우리가 갈 때만 기다리고 있다. 모래 목욕도 하고 싶고, 먹이도 골라 먹고 싶은 것이다. 안전장치를 해놓았으니 우리가 이긴 것이다.
8월 24일 : 김장용 배추 모종을 심기 전에 토양 소독제와 비료를 주었다. 배추 모종을 1만원에 120포기(1판)를 구입하여 심었다. 모종판 밑에서 볼록한 부분을 약간 밀어주고 위에서 모종을 잡아당기면 온전하게 뽑힌다. 하얀 뿌리가 엉켜 있다. 이 뿌리가 튼튼해야 몸살을 덜 한다. 비가 조금씩 온다. 물은 주지 않았다. 고구마 덩굴을 넘겨주었다. 뿌리가 굵어지라고 하는 작업이다.
8월 29일 : 비가 그치고 서늘하다. 낮 기온도 30도를 넘지 않는다. 초롱 모양의 하얀 참깨 꽃과 빨간 토마토가 다녀간 곳에 무가 여린 초록색 싹을 내밀고, 김장용 배추도 뿌리를 잡았다. 여름용 시금치 씨를 뿌렸다. 새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그물로 덮었다. 세들의 접근을 차단하였다. 쪽파와 갓을 심으려고 두둑을 만들고 밑거름을 주고 토양 소독제를 뿌렸다.
8월 31일 : 쪽파를 심었다. 씨앗용 파를 뿌리도 다듬고 싹이 잘 나도록 윗부분을 가위로 조금씩 자랐다. 그리고 작은 밭고랑을 만들고 줄을 지어 심었다. 여러 집이 김장할 수 있는 양을 심었다. 배추에 물을 주었다. 지난달에 심은 가시 오이가 소담스럽게 자라더니 열매가 보기도 좋고 맛도 있다. 내년에는 10포기만 심어서 여러 집에 나누어 주어야겠다.
9월 4일 : 밭 입구에 큰 상수리나무가 있다. 그 나무 밑에 껍질이 벗겨진 부분에 말벌이 집을 짓고 있다. 위험하여 제거하기로 했다. 중무장을 하고 모기 살충제인 에프킬러를 품으니 바로 죽는다. 그 후로는 다른 말벌이 왔다가 그냥 날아간다.
쪽파와 시금치가 싹이 나기 시작한다. 가을밭이 초록빛으로 덮였다. 무, 배추는 초록빛을 내며 자리를 잡고 자란다.
9월 6일 : 더덕을 일부분만 수확했다. 3년차 더덕이 아주 크다. 상품 가치가 있는 더덕이 나온다. 향기가 나고 줄기를 자르면 흰 유액이 나온다. 당류, 비타민 B1, 철과 같은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9월 10일 : 배추, 무, 쪽파가 많이 자랐다. 싱싱하게 자라는 모습이 대견하다. 배추는 큰 잎을 벌리고 자란다. 쪽파는 솔잎을 세우듯 줄을 서서 자란다. 무는 가냘픈 잎을 늘어뜨린다. 밭이 다시 초록색의 물결을 되었다. 겨울을 넘길 쪽파를 추가로 파종하였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난다. 호박이 열매 맺는 일에 충실하여 애호박 3개를 수확하여 가까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좋아한다. 그들의 얼굴에 나눔의 맛이 있다. 호박잎을 좋아하여 가끔 따온다. 국거리로 이용하거나 푹 쪄서 쌈으로 먹어도 좋다.
9월 13일 : 날씨가 좋다. 김장 채소가 활기차다. 메뚜기가 배추와 무의 어린잎을 갉아 먹는다. 치명적인 피해는 주지 않기 때문에 함께 공생한다. 작은 달팽이도 잎 뒤에 붙어 잎을 먹는다. 달팽이를 유인하여 죽이는 약을 2m 간격으로 땅에 놓았다.
9월 16일 : 배추와 무, 파는 날씨가 서늘해질수록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날씨가 가물어서 물을 주었다.
9월 18일 : 참깨 수확량의 절반 정도를 유성 시장에 있는 기름집으로 가지고 가서 기름을 짰다. 손님들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다. 작은 소주병 9개에 참깨 기름을 받아왔다. 이집 저집에 한 병씩 나누어 주었다. 옥수수도 복아서 보리차를 끓일 때 함께 넣으니 맛이 고소하다.
9월 23일 : 김장 배추가 보기 좋게 속이 차기 시작한다. 며칠 전에 파종한 돌산 갓, 시금치가 싹을 틔운다. 더덕 씨를 받아왔다. 더덕 꽃은 종처럼 예쁘고 씨는 방울처럼 매달렸다. 비닐 봉투에 씨를 모아 가져왔다. 더덕 씨는 발아시키는 방법도 기술이 필요하다. 봄에 씨앗을 물에 24시간 담갔다가 고운 흙에 뿌리고 덮어주어야 한다. 그래도 발아율이 40% 정도밖에 안 된다.
9월 26일 : 들깨가 익어 수확할 시기가 되었다. 줄기와 잎이 누렇게 변하고 일부분의 여문 꼬투리들이 갈색으로 변했다. 개화 후 30일 정도가 되었고 이슬이 촉촉이 내려 아침에 베니 아주 좋다. 밭에 천을 깔고 벤 들깨를 한 곳에 모아 놓았다.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긴 막대기로 눌러놓았다. 들깨향이 몸에 묻어난다. 시금치가 초록빛을 띠고 많이 컸다. 2∼3번 먹을 만큼 뜯어왔다.
10월 2일 : 베어놓은 들깨가 푸르던 잎이 갈색으로 변하며 말랐다. 월동할 마늘을 심었다. 넓은 두둑을 만들고, 땅을 평평하게 하고, 겨울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하얀 비닐을 씌우고, 나란하게 구멍을 뚫었다. 구멍마다 마늘 한 쪽씩 뿌리 부분이 아래로 가게 심었다. 그 위에 흙을 얇게 뿌려주었다. 비가 오면 싹이 날 것 같다. 감이 익었다. 큰 감만 골라 땄다. 소담스럽다. 김장용 무가 먹을 만큼 컸다. 큰 것만 골라 속았다. 깍두기를 만들면 맛이 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다.
10월 11일 : 오후에 밭 평평한 곳에 천을 깔고 들깨를 두들겨 털었다. 2말 이상 수확하였다.
10월 12일 : 동생 내외와 아내와 나 이렇게 4명이 고구마를 캤다. 고구마를 캐는 것은 즐거움이다. 호박고구마가 가지런하게 모아진다. 차 있는 곳에 운반하는 일도 힘이 든다. 그래도 수확의 기쁨으로 대신한다.
10월 18일 : 검정 비닐을 씌운 두둑에 구멍을 뚫은 다음 양파 모종을 심었다. 양파 모종은 유성시장에서 1판에 9천원을 주고 구입하였다. 심은 다음에 물을 주었다. 마늘이 움이 트고, 초록색으로 솟아난다. 참으로 신기하다. 무와 배추가 너무 잘 자라서 무 2개와 배추 5포기를 뽑아 왔다. 풋고추가 아직도 있다. 많이 따다가 이웃 아주머니에게 주었다.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10월 23일 : 마를 캤다. 마 줄기는 연약하고 잎은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수확할 시기가 되어 캤다. 윗부분의 가는 뿌리가 점점 굵어지더니 깊은 곳에는 넓죽하고 큰 뿌리가 이어져 있다. 작은 농기구로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난다. 상처 난 곳에는 하얀 액체가 나온다. 약용으로 사용한 식품이다. 집에 가지고 와서 마 즙을 만들어 우유와 섞어 마셨다. 맛이 좋다. 마 씨도 주어다 콩과 섞어서 밥을 하니 냄새가 구수하고 감칠맛이 있다.
11월 4일 : 마늘과 양파가 초록색을 띠고 잘 자란다. 가까운 사람들이 배추, 무를 수확하여 가져갔다. 밭에서 다듬어 가니 편리하고 퇴비장 관리가 잘 된다. 김장농사를 잘 지었다고 좋아한다. 3 가정의 김장을 하고도 많이 남았다.
11월 8일 : 1년 동안 수확하던 고추와 가지를 거두어 냈다. 밭이 깔끔해졌다. 감나무, 매실나무 전지를 하였다. 밭 주변에 있는 아카시아를 자르고, 큰 아카시아는 밑동부분의 껍질을 벗겼다. 밭작물에 피해를 주는 아카시아 나뭇잎이 마르고 죽을 것이다.
11월 11일 : 배추, 쪽파, 무, 갓 등을 밭에서 잘 다듬어 집으로 가져와 김장을 했다. 아주 먹기 좋도록 잘 자란 것만 골랐다. 무와 배추 맛이 아주 좋다. 생강도 수확하여 김장에 사용하였다. 생강은 병충해의 피해도 없다. 김장거리가 풍년이라고 연일 뉴스거리가 되고 있지만 풍년이라서 좋다. 오늘까지 4집에서 배추와 무를 가져갔다.
11월 13일 : 날씨가 추워졌다. 겨울과 내년 이른 봄에 먹을 무 30개를 밭 가운데에 묻었다. 무 잎을 잘 역어서 밭 입구 나무 그늘에 걸어놓았다.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비닐로 씌웠다. 잘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 먹기 좋은 시래기가 된다. 숲에서 풀벌레 소리가 가을임을 알린다. 서리태 검정콩이 서리를 맞아 잎이 시든다. 서리태 검정콩이 서리를 맞았다. 낫을 콩 줄기 밑동에 댄 다음 왼손에 쥔 콩 줄기를 앞으로 슬쩍 밀면 쉽게 꺾인다. 밭 모서리에 콩 묶음을 모아 놓았다. 서리가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농작물이 서리태 검정콩이다.
11월 20일 : 시금치, 마늘, 쪽파, 부추, 양파가 이 밭에서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날씨가 스산해지고 낙엽이 지니 산밭의 풍경도 단순해졌다. 나무 그늘에 매달아놓은 시래기가 잘 마르고 있다. 시래기 색깔이 변하지 않도록 검정비닐을 씌웠다.
서리태 콩을 수확하였다. 서리태는 속청이라고도 하며 겉은 검은색이고, 속은 푸른색이다.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 무기질이 다량 함유 되어 있고, 메시틴은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여 노화방지에 좋다. 그리고 고혈압과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콜레스테롤의 작용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다. 생선찌개를 만들 때도 사용한다.
11월 26일 : 농기구와 비료 등을 밭 입구 임시 창고에 보관하였다. 농한기에 접어들고 내년 봄을 기다린다.
12월 23일 : 지난번에 기름을 짜고 남은 참깨와 들깨 기름을 짜려고 유성 시장에 있는 기름집으로 갔다. 기름집에는 시골 아낙네들로 붐빈다. 줄지어 앉아 기다리는 모습이 어릴 적 명절이 다가와 흰떡을 뽑던 풍경이다. 1시간에 걸쳐 기름을 짰는데 들기름만 15병이 나왔다. 들깨에 참깨를 섞어서 짰더니 그런가? 고소한 냄새가 많이 난다.
밭에서 얻은 수확
1) 하농은 풀을 가꾸고, 중농은 작물을 가꾸며, 상농은 흙을 가꾼다는 격언을 확인한다.
2) 밭은 자연의 섭리를 표현하는 작은 우주이고, 행복이 머무는 작은 실험실이다. 이 실험실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복 받은 삶이다.
3) 산밭에는 생명이 보이고 조화가 보인다. 농작물과 소통하고, 자연의 소리를 듣고, 정화된 공기를 마시면 몰입하는 시간만큼 특별한 삶이 된다.
4) 내 손으로 수확한 생산물을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는 일에서 큰 기쁨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