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땅강아지
검정고무신에 물을 받고, 그 위에 땅강아지를 넣으면 물 위에서 빙빙 도는 헤엄을 쳤다.
밭에서 일하다 땅강아지를 만났다. 참으로 반갑다. 옛날에는 밤에 등불 주위에 날아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아마 농약을 많이 사용해서 그런가보다. 땅강아지는 인삼뿐 아니라 벼, 맥류, 두류, 감자, 수수, 마, 채소 등의 지하부와 지표부를 가해한다.
땅강아지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 땅강아지는 전라북도에서 쓰던 이름이고, 경기도에서는 ‘게발두더지’, 충청북도에서는 ‘밥두더기’, 황해도에서는 ‘둘레미’, 평안남도에서는 ‘동도래’, 함경북도에서는 ‘꿀도떡’이라 불렸다.
땅강아지는 옛날 시골 아이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놀이 친구이었으나 농부들은 농작물에 피해를 주어 싫어하는 곤충이었다. 몸의 길이는 29∼31㎜로 가늘고 길며, 흑갈색을 띠고 가슴은 크고 튼튼하여, 땅속을 파고 가는 데 제격이다. 더듬이는 짧고 마디가 있고 2개의 홑눈이 있다. 앞다리는 땅을 파기에 좋고 앞날개는 짧고 뒷날개는 크다.
어린 시절에 고향마을 산야에서 쉽게 만났던 땅강아지는 놀이 친구였다. 땅강아지는 두더지처럼 땅속에 굴을 파고 다니며 살았다. 이 녀석들은 동작이 아주 빨라 아이들이 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들을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잡으면 힘센 두 앞발로 손가락을 불쑥불쑥 밀어냈다. 땅강아지를 잡아 손바닥에 올려놓고 장난을 치기도 하고, 검정 고무신에 물을 넣고 물 위에 땅강아지를 놓으면 빙빙 도는 헤엄을 쳤다. 헤엄치는 모습이 신기하여 친구들이 머리를 맞대고 구경하였다. 잠시 한눈을 팔거나 감시를 소홀히 하면 순식간에 땅속으로 사라졌다. 놀다가 싫증이 나면 풀숲에 놓아주었는데 잘도 도망갔다.
땅강아지의 특이한 버릇이 일본 속담에 있다. 큰 물통에 물을 붓고 한쪽 끝에 땅강아지를 놓아주면 활발하게 헤엄친다. 땅강아지는 물통 중간쯤에서 되돌아오는 버릇이 있다. 결국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헤엄만 친다. 이 버릇을 '땅강아지 물 건너기'라고 한다. 끈기가 없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는 뜻으로 분수 모르고 뽐내는 사람들을 땅강아지에 비유하기도 한다.
땅강아지에 대한 민담도 강원도 양양군에 전해지고 있다. 땅강아지가 비온 뒤에 나타나 두루미와 물고기 잡기 시합을 하다가 물고기에게 먹히었다. 그러자 두루미가 그 고기를 잡아 배를 찢어 구해주었다. 그 때 땅강아지는 자기가 물고기를 잡았다고 떼를 썼다고 한다.
땅강아지에 얽힌 슬픈 전설도 있다. 아주 먼 옛날에 땅강아지 가족이 살고 있었다. 식구 중에 ‘땅속이’라는 막내가 있었다. 싸움도 잘하고 나쁜 짓도 자주하였다. 부모가 야단을 쳐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땅속이'가 개미집에 물길을 뚫어 놓았다. 개미집에 다녀온 '땅속이' 아빠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나가라!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 너는 두더지 자식이야!”
옆에 있던 '땅속이' 엄마도 말했다.
“어쩌면 네 형제들이랑 다르니? 너는 두더지한테 가 보렴.”
'땅속이'는 울면서 집을 나왔다.
'땅속이'가 생각해보니, 자기는 식구들과 다른 것 같았다. 몸집도 작고, 앞다리는 유난히 짧고 납작했다. 그는 자신이 두더지 자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두더지를 찾아갔다. 그러나 두더지는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여러 날을 헤맨 후에 두더지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무작정 달려가 두더지 품에 안겼다. 두더지는 먹이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이게 웬 먹이 감이야, '땅속이'를 덥석 물었다. 그런데 입 속에서 땅속이가 자꾸 뭐라고 소리쳤다.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엄마, 엄마’하며 우는 소리였다. 두더지는 깜짝 놀라 '땅속이'를 입 밖으로 내놓았다. '땅속이'는 울면서 두더지를 보고 있었다.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엄마라니, 내가 왜 네 엄마냐? 너 같은 자식 둔 적 없다.”
두더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땅속이'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했다.
두더지는 배꼽을 잡고 웃으며 큰 소리로 꾸짖었다.
“얼마나 말을 안 들었으면 그렇게 하셨을까? 당장 돌아가거라. 아마 지금쯤 너의 부모님은 너를 기다리실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땅속이'가 두더지를 자세히 보니, 자신의 생김새와 너무 달랐다. 몸집은 말할 것도 없고, 털도 많고, 코도 컸다. 발바닥만 비슷하였다. '땅속이'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두더지 굴이 얼마나 복잡한지, 굴을 빠져나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땅속이' 부모님은 아무리 땅속을 헤집고 다녀도 ‘'땅속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걱정하다가 결국 병에 걸렸다. 죽기 전에 자식들을 불러 놓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어떻게든지 막내를 찾아야 한다. 우리 불쌍한 막내를”
끝내 땅속이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형제들은 유언에 따라 모두 '땅속이'를 찾아 나섰다. 그래서 지금도 땅강아지들은 계속 땅속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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