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임서기(林棲期)를 살며

명명가 2016. 5. 3. 08:53



임서기林棲期를 살며

 

여자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남자들의 목소리는 작아진다.


불교가 발생하기 전부터 바라문족이 신봉하던 고대 인도의 바라문교가 있었다. 그들은 인생을 네 가지 단계로 구분하였다. 스승 밑에서 학습하는 청년 시절의 범행기, 가정에서 생활하며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가주기, 가정과 재산을 아들에서 물려주고 숲 속에 들어가 은거하는 임서기, 숲 속의 거처까지 버리고 완전히 무소유로 걸식하고 편력하는 생활에 들어가는 유랑기가 있다.

그 중에 임서기는 남자가 가정을 떠나 숲 속에서 혼자 사는 시기이다. 그들은 동네 뒷산의 원두막 같은 데서 혼자 산다. 자기를 되돌아보며 수행을 하라는 종교적 의미도 있지만 생식과 사냥의 임무가 끝난 늙은 남자는 가정에 짐이 된다는 현실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그들은 새벽에 우짖는 새소리, 풀냄새, 달밤에 달과 별이 연인이 되는 소리,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소리를 듣는다. ‘임서기를 지나면 유랑기가 되고 75세에 거처를 떠난다. 길을 떠돌면서 얻어먹다가 길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힌두교에서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거지로 떠돌다가 죽으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인생의 철리哲理를 실천하라는 뜻이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음이란 본질적으로 고독하다. 아무리 문화가 발전해도 죽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에 홀로 죽어야 한다. 오늘날에 고독사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어 고독사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고독하게 죽든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든 인생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나는 TV프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가끔 시청한다. 산속 생활을 하는 그들은 하나 같이 지난날의 아픈 사연을 안고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임서기는 도시생활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그들이 열악한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고 행복을 찾았을까?

그들을 치유해준 것은 자연이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도시생활을 등지고 오지생활을 선택하여 임서기에 들어섰다. 밝은 표정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들은 모든 행복의 잣대는 마음에 있고 자연에서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깨닫는다.

나이든 사람들이 현대식 임서기를 맞이한다. 나이든 사람들은 집에 앉아 있어도 산자락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등산복으로 무장하고 집을 나선다. 지하철이나 버스에 올라 출근길에 바쁜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그래도 산에 끊임없이 오른다. 그들은 걷지 않으면 답답하다. 등산이 직업인 것 같다. 관절에 등산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여건만 되면 지인들과 함께 아니면 혼자라도 오른다. 험한 산, 바닷가, 들길을 가리지 않고 기회만 되면 걷는다. 봄에는 각양각색의 꽃이 좋아 걷고, 여름에는 초록빛이 좋아 비를 맞으며 걷고, 가을에는 단풍에 취해 걷고, 겨울에는 설경이 좋아 아이젠을 차고 스틱에 의지하여 걷는다. 길을 나서면 계절의 변화가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인다. 숲속에 자란 나무에게 그들의 인생을 물어본다.

사람들은 왜 걸을까?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다. 같은 산길을 걸어도 늘 새로운 모습이다. 어느새 나무를 닮아 가고 산을 쫓아간다. 앞서 가는 사람들이 자유로움에 빠져 오솔길에 주저앉는다. 흘린 땀이 몸을 단련시킨다. 산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며 자연을 대한다. 발밑에 있는 땅의 기운을 맛보면 더 활기차다. 그래서 임서기에는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기 위하여 걷고 걷기 위하여 움직인다. 그들은 지금까지 이런저런 핑계로 정신을 빼앗겨 자연 속에서 못 보던 행복을 찾는다. 그래도 현대판 임서기에 들어선 남자들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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