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로 덮인 고려산에서 조상들의 발자취를 찾는다.
16명의 친구들과 역사의 고장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축제장으로 향한다. 하던 일을 잠시 비껴두고 자연을 닮기 위해 훌쩍 떠나는 마음은 홀가분하다. 가고픈 사람끼리 정다운 친구끼리 발길 가는 대로 더불어 행복을 찾는다. 김포를 지나 강화도에 이르니 해변을 따라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고 군인들이 보초를 서는 것을 보니 접경지대임이 실감난다. 이른 아침에 대전을 출발하여 4시간 만에 고려산 입구에 도착한다.
고려산은 고려 때에 몽고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도읍을 천도한 후 부르게 되었다. 송도의 고려산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 한다. 이곳에는 고구려 장수왕 4년(416년)에 창건됐다는 천년고찰 백련사와 적석사 등 볼거리가 많다.
안개로 덮인 고려산이 진풍경을 연출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안개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물방울이 되고 한 알 두 알 소리를 만든다. 산에 오르는 발걸음은 변함이 없다. 잘 정돈된 등산로를 따라 마음이 흠뻑 젖는다. 촉촉한 봄비도 아니고 거센 바람도 없는 봄 안개에 젖는다. 상춘객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안개가 원망스럽다. 온 산이 미궁에 빠져 진달래꽃은 보이지 않고 앞사람만 보인다.
한참을 오르니 정상에 다다랐다. 최전방 휴전선이 내려다보이는 전략 요충지이다. 정상에는 넓은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뒤편으로는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진달래꽃 풍경이 대형 플랜카드로 걸려 있다. 바람에도 견딜 수 있게 잘 만들었다. 그 앞에서 상춘객들이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앞쪽으로는 전망이 탁 트여 있고, 옆으로는 바람막이 텐트가, 평지 위에는 천막을 쳤다. 햇볕과 비바람을 막을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우리도 중앙에 자리를 마련하였다. 처음 보는 사람도 옆에 앉는다. 친절하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었다. 어떤 여자 분이 다가와 친절한 말투로 여분 젓가락 있으면 주세요라고 한다. 친절하게 나누어준다. 산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삶이다. 산행도 좋지만 각자 준비한 행복이 오늘의 오찬이다. 맛으로 먹고 운치로 먹는다. 점심식사 후 늘어난 등산객들과 걸음을 맞추며 안개바람에 섞여 달아오른 얼굴을 식힌다. 우리 일행이 모두 모여 사진촬영을 한다.
우리는 하산장소인 미꾸지 고개로 내려간다. ‘미꾸지’가 어떤 내용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미꾸라지’라는 말이 줄어서 된 말 같다는 사람도 있다. 사연을 자세히 알아보니 본래의 의미는 ‘미구지(美口地)’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미구지’의 뜻은 ‘아름다운 입구의 땅’이라는 것이다. 미구지가 변형되어 ‘미꾸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 의하면 예전에는 이쪽 지명을 ‘메곶’이라 불렀다. 오래전부터 동네도 예쁘고 꽃이 필 때면 더 예뻐 아름다울 美자를 써서 미꽃이 마을이라 불렀고, 그 이름이 변형되어 ‘미꾸지’라고 했다. 예전 어른들이 부르시던 ‘메곶’이란 말이 메꽂이로 변형 되고 다시 메가 미로 변하면서 미꽂이 발음이 변해 ‘미꾸지’가 되었다고 한다.
미꾸지 고개와 적석사 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조금 보이는 진달래꽃 무더기가 반갑기만 하다. 강화 고천리 고인돌(인천광역시 기념물 제46호)이라고 쓰인 안내판과 함께 고인돌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고려산을 내려오는 길을 따라 여기저기에 흩어져 많은 고인돌이 주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탁자처럼 만든 고인돌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높은 곳까지 고인돌이 분포된 점이 특이하다.
짙은 안개가 강화도 이미지까지 흐려지게 한다. 고려산 주름을 따라 내려오니 안개가 조금씩 밀도가 낮아진다. 하산길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는지 꿩 한마리가 응원소리를 낸다.
근거리 사진이라도 담을 수 있어 다행이다. 관광차가 세워진 곳으로 내려 오다보니 정류장 표지판에 ‘산화’라고 적혀 있다. ‘산화’란 어떤 뜻일까? ‘메곶’이라는 말을 이두체로 바꾼 것 같다. 그러면 메꽃을 한문으로 직역하여 말 그대로 ‘산화’가 된다.
산기슭에 사는 할머니가 관광버스 옆에 안개를 뒤집어쓰고 각종 나물을 팔고 있다. 일행 중에 인정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 부모님들의 정성을 팔아준다.
우리는 안개로 덮인 고려산에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묻혀 있는 우리 조상들의 발자취를 보았다. 오랜만에 안개 낀 거리에서 촉촉한 촉감도 맛보았다.
돌아오는 길도 멀었다. 강화도와 인천을 빠져 나오는데 차가 밀려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인원이 많아 빠른 시간에 먹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간단한 저녁 식사 메뉴로 우동을 선택하고 단체로 주문했다. 5분 만에 음식이 나오고 5분 만에 식사를 마쳤다. 우리는 휴게소 상인들의 상술에 놀랐고 우리 일행들이 빠른 군대식 식사를 재현한데 놀랐다.
2016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