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분노하는 사람들

명명가 2016. 5. 21. 08:00



분노하는 사람들

      

서울 북악산을 등산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4호선에 올랐다. 지하철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출입문 안쪽에 경로석도 만석이다. 지하철이 출발하고 소란한 소리가 들린다. 술 한 잔한 것 같은 할아버지와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할머니가 좌석 문제로 거친 말을 주고받는다.

자리를 양보 좀 하시지. 젊은 사람인 것 같은데

당신 몇 살인데 그래

나도 먹을 만큼 먹었어.”

공짜로 타고 다니는 주제에 무슨 큰소리야

자기는 공짜로 안 탔나

감정이 날카롭게 오른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투는 소리이다. 그 소리를 듣기가 공연히 젊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누구도 참견하는 사람이 없다. 자꾸 오가는 말을 듣기가 민망하여 눈을 돌렸다. 나이 들면 참을성도 많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정을 잘 다스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린 아이처럼 화를 잘 내는 어르신들도 많다. 그들은 젊은이들을 못마땅해 하거나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정신분석가인 에릭슨은 노인의 삶 중에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모든 일에 마음이 들지 않고 울분을 삭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젊은이들이 세상을 망쳐놓았다고 생각한다.

분노는 분개하여 크게 화를 내는 것을 말한다. 귀찮게 느낀다든지 짜증이 나는 것은 크게 보면 화나는 것에 속하지만, 분노와는 조금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분노한다.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영국 속담에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은 바보이고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다라는 말도 있다. 화를 참아야 한다는 말이다. 분노의 진정한 원인은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새겨보면 화내는 횟수가 줄어든다. '분노 조절 장애'는 화를 참지 못하거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부당한 일에 대해 보복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고 감정이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갖는다. ‘곱게 나이 먹어야지하는 말이 있다. 이 말 속에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가끔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고 후회하는 일이 많다.

 

무엇이 사람들을 그토록 분노하게 만들까?

 

사회가 경쟁 속에서 긴장감이 팽배해 있으니 조그만 일에도 분노가 폭발한다. 우리나라는 여기저기에 화가 가득 차 있다. 자주 보도되는 충격적인 사건의 키워드는 분노이다.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사건,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사건, 어린이집 폭행 사건, 결별한 연인의 차량 돌진 사건 등 우리 주변에 화나는 일이 많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분노 패턴을 파악해 분노를 다스리지 않으면 부메랑이 돼 심신을 파괴한다고 경고한다.

분노를 성인병처럼 평소에도 관리해야 한다. 분노하는 사람은 대부분 어떤 일을 저지르고 후회한다. 그렇다고 분노가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도 못하고, 서로 피해자로 남는다. 분노하면 할수록 성격은 더욱 충동적으로 변한다. 분노가 지속하는 시간이 길어야 3분이다. 분노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거나, 손목이나 목소라가 떨리기도 하며,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 온몸이 긴장하는 반응을 보인다. 분노를 참으려면 일단 그 자리를 떠나거나, 언행을 중단하거나, 화제를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스트레스 해소가 화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고 수면을 취하면 화병을 악화시킨다. 그날 받은 스트레스는 그날 해소할 수 있도록 운동이나 음악 감상 등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드는 것도 좋다.

요즈음에는 짜증나는 뉴스가 많다. 사람들은 IMF때보다 더 사는 게 어렵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삶의 원동력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가지지 못한 것, 멀리 있는 것, 화려하고 멋진 것 등을 쫓느라고 사소한 일상은 그저 그렇게 홀대한다. 그러다보니 의기소침해지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신문, 잡지, TV, 라디오, 각종 광고물 등에는 대부분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소유욕에 대한 내용들이 많다. 이 광고들은 최신 것, 비싼 것, 큰 것, 성능이 좋은 것, 예쁜 것 등을 선전한다. 이것들이 있어야 남들보다 멋지고, 호감이 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설득시킨다. 그러나 소유욕을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그로 인해 불행을 초래하는 일이 많아진다. 진정한 욕구 충족은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정신건강에 있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에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가 있다. 그 중에서 성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욕구는 자아실현 욕구이다. 자아실현은 자신의 잠재력과 능력을 인식하고 충족시키는 것을 말한다.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에만 집착해서는 안 되고, 남과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돈과 권력에 연결된 일만 생각한다. 돈과 권력은 과도한 경쟁을 수반한다. 그러나 우리의 소중한 삶의 목적을 돈과 권력에만 둘 수는 없다. 의미 있는 삶은 결국 나누는 삶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정보 등 모든 것을 나만의 방법으로 이웃에게 나누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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