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편백나무 숲속에서

명명가 2016. 6. 19. 10:42

산소숲길에서 피톤치드를 다시 들이마시고 싶다.

   

가보고 싶었던 편백나무 숲길을 걸었다. 춘원 임종국이 조림한 곳으로 90여만 평의 부지에 조성되어 있는 전남 장성군에 있는 축령산이다. 주차장에서 산 입구에 서니 99세 이상만 흡연지역이라는 금연표지판이 웃음을 불러온다. 오솔길을 따라 잡목으로 우거진 가파른 길을 1시간 30분 이상 걸어 정상(621m)의 팔각정에 도착하였다. 사방 조망이 좋다. 눈에 들어오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군락이 어떤 숲보다 생동감을 주고 초록의 향연으로 터질 것 같은 기쁨을 준다. 편백나무로 둘러싸인 고요한 숲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축령산 주능선을 이어주는 숲길이다. 편백나무 숲속에 머물면 마음이 얽매인 데가 없어 좋다. 만나는 사람들의 시선도 호의적이다. 산길 따라 함께 걷노라니 신선한 기운이 우리를 따라온다. 편백나무는 잎 전체가 수평으로 자라고 삼나무는 긴 잎들이 위를 향해 몽실몽실 자란다. 이 두 나무는 피톤치드를 발산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삼림욕으로도 좋다. 산새들의 지절대는 소리가 귀에 부드럽고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정겹다. 여유로움에 취해 숲 속 길을 걸으니 초록 바람이 볼을 스친다. 숲속에 수많은 나뭇잎이 떨어져 쌓여 있고 숲속 특유의 향기가 코를 벌름거리게 만든다. 풀 냄새도 나고 산꽃향기도 나고 시원한 피톤치드라는 편백나무 향도 뿜어져 나온다.

피톤치드라는 이름은 세균학자 왁스만이 처음 명명한 것이다. 피톤(Phyton)식물을 뜻하는 그리스어이고 치드(Cide)죽이다를 의미하는 라틴어이다. ‘피톤치드은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 따위에 저항하려고 분비하는 물질이다. 미생물을 죽이는 휘발성 물질로 살균 작용의 효과도 있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 기능이 강화된다. 강력한 살균작용은 물론 아토피성 피부에 개선의 효과가 탁월하다. 습하고 무성한 풀숲 속에도 모기와 파리가 없다.

오르락내리락 걷다보니 밀림의 좌측은 단풍나무 숲길이다. 단풍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단풍나무 숲 중 하나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단풍나무가 천연기념물이라니 뜻밖이다. 문수산의 산세와 잘 아우러져 아름답고 생태학적 대표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내리막길을 따라 가니 산소 숲길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산림욕장이고, 치유의 1번지인 이곳에는 사람들이 평상과 의자에 앉거나 누워서 쉬고 있다. 적갈색 나무껍질이 아름다운 침엽수만 보인다. 250만 그루의 편백나무 숲이 치유의 숲으로 알려지면서 각종 희귀병 환자들이 건강회복의 희망을 품고 찾는 자연의 초록병원이다.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저 피톤치드가 편백나무 숲을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숲속 명예의 전당이 만들어져 있고,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향이 치유와 건강을 다지는 건강 편백나무 숲길이 되었다.

우리는 숲속에 둘러 앉아 준비한 도시락도 나누어 먹고, 유식한 친구들의 인생 강의도 듣고, 무궁무진한 피톤치드를 무료로 흠뻑 마셨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잇고 초면인 사람들일지라도 그냥 어울린다. 가는 곳마다 쉼터와 명상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용객들이 편안하게 삼림욕을 즐긴다. 낙엽은 쌓이고 썩어 거름이 되고 나무는 그 거름을 먹고 자라지만 썩는 냄새는 없다. 낙엽은 천천히 발효되어 산 흙 고유의 은은한 향기를 만들고 친근감을 묻어준다.

초여름의 눈부신 햇살에 탄소동화작용이 왕성해진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얼마나 향기롭고 상쾌한지 여기저기서 탄성이 절로 터진다. 싱그러운 냄새에 마음까지 향을 뿜어낸다.

 

산 아래로 향하니 숲내음 숲길이다. 조금 내려오니 습지원이다. 그곳에는 붉은 잉어가 있다. 계단에 둘러서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나누어 먹으며 진실이 석인 농담을 주고받는다. 편백나무 위쪽을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들면 머리는 저절로 하늘을 본다. 오늘의 트래킹 코스는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힐링 공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편백나무 향기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진하게 물들였다. 편백나무 숲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상쾌하고 현대인들의 복잡한 생활을 치유하기에 충분하다.

 

이 산을 배경으로 영화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드라마 왕초를 촬영하기도 했다. 친구가 들려주는 할아버지들만 좋아하는 흘러간 노래를 듣고 하산하노라니 숲속을 걸어요.’라는 동요가 귓가에 들리는가 싶더니 입가에 맴돈다.

 

숲속을 걸어요. 산새들이 속삭이는 길

숲속을 걸어요. 꽃향기가 그윽한 길

해님도 쉬었다 가는 길 다람쥐가 넘나드는 길

정다운 얼굴로 우리 모두 숲속을 걸어요.

 

이 편백나무 숲길에 내년에도 똑같은 길을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은 친구들과 오늘처럼 노래하고 싶다. 오늘은 축령산을 등산한 것이 아니라 입산하였다. 매주 금요일마다 산의 정상에 오르는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세월을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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