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黎明)에 인생길을 보았습니다.
새벽길을 걷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행복한 새벽길을 걷습니다. 조용히 들려오는 자연의 숨소리가 들리고 새들의 반가운 종종 걸음이 보입니다. 밤새 몸살 앓듯 몸부림친 흔적이 여기저기 나뒹굽니다. 발자국 소리 벗 삼아 홀로 걷습니다. 공원의 나무들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한데 뭉쳐 그 곳에 서 있습니다. 상대방 모습에 위안을 삼으며 애환을 외면하고 사그라지지 않은 싱그러움에 취합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우주의 박동이 파고듭니다. 아침이 밝아오면 나만의 사연을 어쩌지 못하고 묻어버립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때를 새벽이라고 말합니다. 현대문명이 야행성 인간을 양산하고 있는 시대입니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잠이 적어졌습니다. 그날 아침도 일찍 일어나 공원길 산책에 나섰습니다. 온 세상이 새벽이슬처럼 싱그러운 마음을 가졌습니다. 아침 인간들만 오갑니다. 부지런한 젊은이들과 잠이 적은 어르신들입니다.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많습니다. 아침 인간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몸과 정신에 좋은 습관이라는 구체적인 근거도 많습니다.
새벽길에 하늘 한번 쳐다보며 생기를 찾습니다. 하늘에서 새벽달이 동행합니다. 외로운 동행에 외로운 마음을 땔 수 없어 동행합니다. 아직도 그믐달이 따라옵니다. 허공에 혼자 있는 달입니다. 여명이 거치면 보이지 않을 그 달이 외롭게 보입니다. 그 모습이 까닭 없이 허전함을 줍니다. 마치 백수를 다한 인간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색 바랜 새벽달이 풀어 놓은 실타래를 잡아당겨 봅니다. 여명에 탑승한 그믐달이 반쪽만 둥근 눈썹모양의 달입니다. 새벽 동쪽 하늘 허공에 혼자 자리 잡았습니다. 이야기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더 예쁩니다. 외로워도 예쁩니다. 아침 햇살에 밀릴 때까지 저 달도 늙은이가 됩니다. 여명에 인생길을 보았습니다. 새벽달이 귀띔합니다. 싱그러운 아침에 새로운 나의 시간표를 짜라고 합니다. 늙으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