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회룡포 이야기

명명가 2016. 8. 20. 21:08

세월이여, 강물이 휘돌아 감은 회룡포 이야기 좀 해보소


내 것이 아닌 것을 멀리 찾아서/ 휘돌아 감은 그 세월이 얼마이더냐/ 물설고 낮 설은 어느 하늘 아래/ 빈 배로 나서 있구나./ 세월아 그 욕심 더해가는/ 이 세상이 싫어 싫더라./ 나 이제 그곳으로 돌아가련다./ 내 마음 받아주는 곳/ 아 어머님 품속 같은 그 곳/ 회룡포로 돌아가련다./

세월아, 그 욕심 더해가는/ 이 세상이 싫어 싫더라./ 나 이제 그 곳으로 돌아가련다./ 내 마음 받아주는 곳/ 아 어머님 품속 같은 그 곳/ 회룡포로 돌아가련다./

 

어느 가수의 회룡포라는 노래 가사이다. 진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노랫말을 생각하며 육지 속의 섬이라는 경북 예천군 회룡포로 향했다. 회룡포는 우리나라 최고의 물돌이 마을로 알려졌고 12일과 가을동화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국토해양부는 아름다운 하천으로 화룡포를 선정하였고 우리나라 명승 제16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는 폭염에 강한 햇볕을 안고 비룡산에 올랐다. 용주팔경시비가 서 있는 곳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용주팔경시비 뒤로 난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걸었다. 왼쪽 아래로는 회룡포를 휘감아 도는 내성천이 자리 잡고 있다. 곱디고운 하얀 모래가 소박하고 정겹다. 날씨가 무덥고 그늘마저 훈기가 돈다. 조금만 올라가도 땀이 흐른다. 바람도 없다. 조금씩 올라가며 숲속에 모여 30분마다 물이며 간식을 먹었다. 등산길의 경사가 여유로워 우리의 모습만 카메라에 담았다. 느릿느릿한 모습이 더 정겹다.

 

우리 일행이 모두 장안사에 들렀다. 고려 때 이규보(11681241)도 우리처럼 장안사에 들렀다. 그 때 그가 읊은 시 한 수가 8백년의 세월을 이어준다. 비룡산은 천년 신라에 학이 춤을 추듯 뭇 봉우리들이 힘차게 굽이치고, 구름을 담아 놓은 듯 비룡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장안사는 천상의 정기 서린 곳에 비룡이 꿈틀거리는 것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전국 세 곳의 명산에 장안사를 세웠다. 우리는 잘 가꾸어진 사찰을 둘러보고 약수 물을 마셨다. 약수터 옆에 세워진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 ‘마음 다스리는 글중에 눈을 조심하여 남의 그릇됨을 보지 말고 맑고 아름다움을 보라.’는 내용이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

 

장안사에서 봉수대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노라니 나무판에 시를 쓴 작품들이 양쪽에 드문드문 세워져 있다. 색다른 풍경이지만 시 내용을 보니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시들이 많아 참신한 맛이 적었다.

 

회룡대에 도착했다. 회룡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절벽 위에 세워진 전망대이다. 회룡대는 절묘한 위치에 조망대를 갖추고 있었다. 정자 난간에 기대어 회룡포 마을을 보노라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남동쪽 방향으로 회룡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좌측 멀리 산 아래를 돌아 서쪽으로 흐르던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회룡포 주위를 휘감아 돌아나가고 제1 뿅뿅다리가 있고, 서쪽 방향으로 구불구불 휘어지며 낙동강 물과 만난다. 자연만이 빚을 수 있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원산성으로 향했다. 능선 길은 해발 200m 정도의 야트막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길이다. 붉은 빛을 띠는 적송과 참나무 등이 그늘을 마련하였다. 189m의 능선에 일명 따뷔성이라고도 불리었다는 원산성터가 있다.

우리 일행은 평평한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원산성을 지나니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삼강교가 소나무 숲 사이로 눈에 들어온다. 낙동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아름다운 낙동강이 보인다. 그 길섶에는 거친 모습의 잡풀들이 군락을 이룬다. 강한 햇살을 이기고 줄을 잇는 칡덩굴이 무리지어 앞을 가로막는다. 이곳에는 가는 곳마다 정자가 깔끔하게 지어져 있다. 마음에 드는 정자마다 사연을 남기고 다음을 기약했다.

 

용포마을에 들어서니 벌을 키우는 할머니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음료수를 먹고 가라고 친절을 베푼다. 뜨거운 폭염에도 벌들은 쉬지 않고 계속 일한다. 할머니의 마음과 벌들의 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용포마을에서 내성천을 건너 회룡포로 가는 제2 뿅뿅다리를 건넜다. 이곳에는 예전부터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었으나 지난 1997년 예천군에서 강관과 철판을 이용하여 다리를 만들었다. 여름철 강물이 불어나면 철판다리 구멍으로 물이 퐁퐁 솟는다고 '퐁퐁 다리'라 불렀으나 언론에서 뿅뿅 다리라고 잘못 보도된 이후 이름이 바뀌었다. 이색적인 기분을 안고 강한 햇볕을 받으며 발길을 재촉하였다. 쏘가리, 은어 등이 서식한다는 강물을 내려다보니 깨끗한 모래가 그대로 보인다. 이곳의 벼논에는 지금도 옛날의 우렁이가 살고 있었다. 우렁이가 여기저기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오늘은 5시간에 걸쳐 회룡포 주변 산길을 걸으며 감성여행을 하였다. 우리도 나이가 들어가는지 아니면 더위에 쉬어 가는지 모를 일이지만 이번 산행은 자연스럽게 A, B, C, D 그룹으로 나뉘어 걸었다. 4 그룹에 조장은 없고 각자 자기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여 맞춤형 산행을 했다. 자신의 부족한 점과 실수를 부끄럼 없이 말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룹별로 물돌이 마을에 남겨놓고 주차장에 모여 시원한 막걸리를 주량대로 먹고 귀가 길에 올랐다.  

2016820

<우리들의 모습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70세 되던 날  (0) 2016.09.23
할아버지만 들리는 노래  (0) 2016.09.19
청량한 부전계곡  (0) 2016.07.23
새벽길을 걸으며  (0) 2016.06.25
편백나무 숲속에서  (0) 201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