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할아버지만 들리는 노래

명명가 2016. 9. 19. 19:25



할아버지들만 들리는 노래가 따로 있다.

      

지난 일이 생각난다. 젊은 시절에 담임교사로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이다. 학교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우리 반 학생들이 악기 연주를 하고 있었다. 연주곡은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였다. 그 때는 재미있고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로만 생각했다. 반 전체 학생들이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 것만 신경을 썼다. 그런데 그 노래가 오늘 라디오에서 처량한 멜로디로 흘러나왔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곡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라는 노래였다. 이 노래에 얽힌 사연을 보면, 영국의 오던조지 호텔에 큰 괘종시계가 있었다. 그런데 그 호텔을 운영하던 젠킨스 할아버지 형제가 죽었다. 그러자 그 시계도 멈춰 섰다. 1875년에 이 곳을 여행하던 미국 작곡가 헨리 크레이워크가 이 사연을 듣고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라는 노래를 작곡했다. 1950년대부터 영국과 미국에서 널리 불러졌다.

 

낡은 마루의 키다리 시계는 할아버지의 옛날 시계

할아버지 태어나시던 아침에 우리 가족이 되었다네.

언제나 정다운 소리 들려주던 할아버지의 옛날 시계

하지만 지금은 가질 않네. 이젠 더 이상 가질 않네.

 

구십 년 동안 쉬지 않고 할아버지와 함께 가던 시계가 이제는 더 가지를 않는다. 할아버지의 커다란 시계는 모든 것을 알 것이다. 예쁜 새색시가 들어오던 그 날도 정답게 울리던 그 시계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날 밤에 종소리를 내지 않았다.

내가 할아버지가 되고 이 노래에 얽힌 사연을 생각하며 소파에 혼자 앉아 감상했다. 그 사연을 따라 가노라니 마음이 짠하였다. 얽매인 사연이 더 마음을 움직였다. 사랑했던 만큼 뒤돌아 걸어가면 그 시절이 있고 젊은 날이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이래저래 나이가 들면 작은 일에도 감동을 받는다.

 

여기 할아버지들만 가슴에 닿는 가요가 또 있다. 박양숙의 어부의 노래이다.

푸른 물결 춤추고 갈매기 떼 넘나들던 곳/ 내 고향 집 오막살이가 황혼 빛에 물들어 간다./ 어머님은 된장국 끓여 밥상 위에 올려놓고/ 고기 잡는 아버지를 밤새워 기다리신다./ 그리워라, 그리워라 푸른 물결 춤추던 그 곳/ - 저 멀리서 어머님이 나를 부른다.

리듬도 잔잔하고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그 시절의 모든 일이 연상되며 그리워진다. 젊은 날에는 노년이란 없었다. 젊은 날에는 할아버지의 연가도 없었다. 그 때는 할아버지의 시계어부의 노래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내일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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