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길 위에서

명명가 2017. 2. 7. 08:58

한 해 동안 걸었는데 지도를 펴놓고 보니 제자리걸음이었다.

 

가벼운 옷차림에 차분한 마음으로 산책을 나선다. 산책길을 따라 잡풀들이 이리저리로 몸을 젖힌다. 작은 마음으로 길을 따라 가노라면 누가 오가는지 관심도 없어지고 나의 발걸음만 하나가 된다. 눈에 보이지 않던 작은 삶만 보인다.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보인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음악 소리에 흥이 난 젊은이들이 기운을 남기고 간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포장할 수 있어도 마음은 포장할 수 없다.

길가의 벤치에 앉아 지난 길을 찾아본다. 힘이 드는 길은 갈림길이었고, 쓸쓸하게 하는 길은 뒤안길이었다. 뒤안길에 수많은 갈림길이 있었고, 외로움이 남아 있었다. 종착역에 도착하니 갈림길이 모두 한 곳으로 향해 있었다. 어느 길을 걸어왔어도 종착역에 이르는 길은 하나였다. 아이들의 모습 속에 우리의 어렸을 때 모습이 있었고, 어르신들의 모습 속에 우리의 미래 모습이 보였다. 함께 걸어온 길이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2016년 한 해 동안 친구들 모임인 산악회에서 산길 들길을 52회에 걸쳐 함께 걸었다. 세월의 굴레에 갇힌 우리들에게 소통과 나눔의 장을 제공하였다. 출발 전의 준비와 기다림이 있었고, 길을 걸으며 얻는 즐거움도 있었고, 되새김질하며 느끼는 행복감도 있었다. 우리는 삶의 터전에 그리운 흔적을 남기지 않고 걸었다. 걷는 길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의 섭리를 보고 경이로운 세상을 마주할 때마다 신비를 느끼며 스틱을 잡고 서 있었다. 쉬운 길을 마다하고 계절 따라 어려운 길을 끝없이 걸었다. 그 길은 정처 없이 떠돈 것이 아니었다. 옛 친구들과 산세를 바라보며 정성어린 간식과 도시락 앞에 둘러앉아 정을 나누고, 한 줄로 걷는 따뜻한 동행이었다.

1년 내내 걸었는데 지도를 펼쳐놓고 보니 제자리걸음에 불과하다. 우리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등산로를 찾아 나섰고, 온 힘 다해 올랐건만 지도 위에서는 등고선 몇 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길 위에서 나름대로의 교훈을 얻었다. 개천을 따라 흐르는 산책길의 교훈을 얻고, 시내버스 좌석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보며 붐비는 거리를 보며 일상의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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