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세탁기 유감

명명가 2016. 11. 14. 14:56


세탁기만 아는 사연이 있다.

   

금요일만 되면 친구들과 어울려 산에 오른다. 오늘도 다른 날처럼 모임 장소에 하나 둘씩 모여 한 줄 서기를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1시간쯤 지나 경치 좋은 곳에 앉아 간식을 먹는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이야기 주제는 달라진다. 오늘은 세탁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요즈음은 집안 일이 참 편해졌지.”

신형 청소기를 사용하면 아주 좋더라고

세탁기도 신형을 사용하면 편해

세탁기를 사용하면 빨래하기가 쉽지.”

나는 세탁기 사용할 줄 몰라.”

그래? 사용 방법이 아주 간단한데.”

나는 사용할 줄 알아.”

나는 사용하지 않아. 눈도 잘 안보이고 불편해.”

그것 알아봤자 집사람이 자꾸 시킨다고.”

맞아. 여자들이 한 번만 시키는 것이 아니고 아주 다른 일도 다 떠 넘겨.”

아주 모르는 것이 속 편해

모두 한 마디씩 하며 함께 웃었다.

세탁기를 직접 사용할 둘 아는 친구 손들어 봐.”

15명 중에 1명만 자기가 직접 세탁기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세탁기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한다.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옆에 있던 친구가 말한다.

집사람이 살았을 때, 나에게 세탁기 사용 방법을 익히라고 하면 그걸 왜 배우느냐고 푸념을 했지.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때 그 마음을 알 것 같아.”

그의 목소리가 굴곡을 그린다. 그의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끼며 친구들이 화제를 바꾼다. 공연히 세탁기 이야기를 꺼내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우리가 그 친구의 그리움을 알겠는가?

그는 아내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그 그늘이 얼마나 넓은지, 아내의 그 때 그 마음을 고마워하고, 이제 어디를 가도 아내를 볼 수 없다는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웠을 것이다. 누구의 어떤 위로도 도움이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무리 사려 깊은 친구라도 당사자의 입장에 처하지 않고서는 그 친구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다. 그는 장로님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으로 살다가 죽는 것은 슬픔이거나 영원한 이별이거나 속된 죽음이 아니고 영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그는 뜨거워진 눈시울을 막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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