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행

명명가 2018. 6. 6. 09:25

말 못할 사연이 여운으로 남았다.

    

더운 날씨에 그늘이 많은 숲을 찾아 혼자 장동휴양림에 들어섰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숲속으로 들어서니 시원한 기운이 온몸을 스친다.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의 다정한 이야기가 정겨움을 준다.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땀을 흘리며 1시간 이상을 걸었다. 목표지점을 돌아 앞만 보며 내려오는데 뒤에서 어떤 아줌마 목소리가 나를 세운다.

뒤 좀 돌아보시지요.”

저요.”

나를 잘 아시는 분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으로 생각했다. 뒤돌아보니 모르는 분이었다. 세련미가 넘치는 등산복 차림에 등산용 가방을 메고 따라오고 있었다.

혼자 앞만 보고 가셔서 같이 가자고 말을 걸었어요.”

.”

이상한 생각이 들어 경계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세히 보니 60세 정도 되시는 분 같았다. 나에게 또 말을 붙인다.

준비를 안 하시고 물도 없이 오셨네요.”

, 간단하게 2시간 정도만 걷고 가려고 왔어요.”

자기는 나와 반대 방향에서 왔다면서 오늘 5시간 정도 등산할 준비를 하고 왔다고 한다. 산 중앙 등산로에는 등산객이 많은데 산 뒤편 등산로는 한가하고 산짐승이 나올까봐 혼자 가기가 무섭단다. 그러면서 동행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속으로 함께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멋쟁이 할머니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걸으니 갈림길이 나왔다. 나는 주차장 쪽으로 그 할머니는 뒷길로 가야한다. 갈림길에 긴 의자가 놓여 있다. 할머니가 나에게 제안한다.

여기에 앉아 쉬었다 가시지요.”

그럴까요.”

그 할머니는 가까이 와서 앉으라며 가방을 내려놓고 가방 속에 있던 물건을 꺼내놓는다. 다정한 부부처럼 의자에 앉았다.

사과 드시지요?”

,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네요.”

사과를 깨끗이 씻었어요. 껍질째 드시겠어요.”

.”

여기 떡 좀 드세요.”

감사합니다.”

점심도 찰밥으로 가져왔어요. 드시지요.”

아니요. 아침을 먹은 지가 얼마 안 되어서 먹을 수 없어요.”

그 할머니는 준비한 칼로 사과를 반으로 잘라주기도 하고, 떡과 과일 주스, 커피 등 계속 챙겨 준다. 미안하지만 계속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궁금하여 그 할머니에게 물었다.

왜 혼자 오셨어요.”

남편은 저 세상으로 갔어요.”

그럼 혼자 사세요.”

아니요, 딸하고 같이 살아요. 딸과 손녀가 있어요.”

그럼 바쁘시겠네요.”

딸이 주말 부부예요. 평일에는 손녀 때문에 바빠요.”

그렇군요. 사위가 왔나보네요.”

.”

둔한 나는 그 때서야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딸 내외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고 할머니가 등산 겸 피신 겸 완전한 준비를 하고 나왔는데 동행할 사람도 없고, 함께 점심 먹을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어떤 나이 드신 어른 두 분이 그 할머니가 가시려는 방향으로 걷는다. 나에게 할머니가 저 분들은 어디까지 가실 것인지 알아달라고 부탁한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분들에게 말했다.

어디까지 가실 거예요.”

시간이 되는대로 갈려고요.”

이 분이 동행할 사람을 찾고 있어요. 함께 가실래요.”

, 그렇게 하시지요.”

그렇게 젊은 할머니는 그들과 동행하게 되었다. 그 할머니는 가벼운 걸음걸이로 동행할 사람들을 따라 숲속 길로 자취를 감추며 점점 멀어져 갔다. 갈림길에서 찜찜했던 마음과 미안함으로 갈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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