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아침 이슬

명명가 2018. 7. 30. 10:13

한여름 이른 새벽에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문밖으로 나선다. 경비실 아저씨가 앉아 있고, 차도 옆의 편의점에는 밤샘 근무하는 종업원의 모습이 비친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청명하고 사그라지는 별이 반짝인다. 한밤이 지났어도 풀벌레 소리 한창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어둠을 딛고 아침을 열며, 새벽길에 밤 세워 그려놓은 세상을 마주한다. 윤곽만 보이는 아침 풍경이 나타난다. 어둠이 사그라지자 속내가 드러나고, 여명에 쫓기는 하루가 창을 연다. 덜 깬 사람들이 아침을 지배하며, 부지런한 사람들이 드문드문 줄을 선다.

눈썹모양의 새벽달이 서쪽 하늘에 자리를 잡았다. 그 달은 생이 짧아 서광만 보아도 늙는다. 못다 한 지난 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세상이 응답하고, 아침 바람이 새벽달과 마음을 나누더니, 풀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그리움이 풀잎 끝에 몸을 맞기고 영롱한 이슬만 매달려 있다. 이슬이 방울질 때마다 싱그러운 풀잎에서 촉촉한 숨결이 파르르 떨며 흔들린다. 나뭇잎에도 휘감겨 있는 촉촉한 숨결이 보인다. 그리움을 찾겠다던 욕심마저 이슬방울이 되었고, 싱그러움이 남아 가슴을 보듬더니 숲 사이에도 어둠이 걷히고, 밤새 그려놓은 그림이 펼쳐진다. 젖은 땅이 움트고, 공원 숲에서 들려오는 작은 새소리가 날개를 타고 위로 날아오른다. 풋풋한 풀냄새가 바람결에 실려 코끝을 타고 가슴을 적셔, 싱그러움에 취해 가던 길을 멈춘다.

 

새벽길은 먼저 걷는 사람이 이슬을 털어야 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오솔길은 걷는 사람이 주인이 된다. 길옆에 청순한 나뭇가지가 머리를 숙이고 일어설 줄 모른다. 만물이 밤새워 그려놓은 세상에 풀벌레 소리가 어울리고 그 틈으로 먼동이 튼다. 새들이 질세라 종종대며 길 구석으로 나와 문안인사를 나눈다. 별빛이 퇴색되고 저마다 제 발길 찾아 아침을 열며 빛을 찾아 익숙한 하루를 시작한다.

가벼운 샛바람이 저 너머에 있던 안개를 안고 밀려와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아침 안개가 시나브로 가는 길 따라 흩어진다. 안개 속 세상을 만들려다 인생무상을 말하듯 슬며시 흐트러지며 젖은 햇살에 힘을 잃는다. 아침 햇살 줄기에 어젯밤의 신비로움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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