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베이징의 저력

명명가 2018. 8. 7. 14:34

온 가족이 베이징 거리를 걸으며 땀을 흘렸다.

    

수년전에 베이징을 여행할 때에, 많은 시간이 흐르면 다시 이곳에 온 가족이 함께 찾아와 아침에는 호반을 거닐며 올라오는 물안개를 보고, 한낮에는 거리를 거닐며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이 현실이 되어 온 가족이 손자의 역사공부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명목으로 베이징 거리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화원, 천안문 광장, 자금성 등 어디를 가도 몰려드는 인파는 여전하다. 중국의 과거를 보려면 시안, 현재를 보려면 베이징, 미래를 보려면 상하이를 보라는 말이 있다. 베이징은 약 700년간 거의 중단 없이 중국 수도의 자리를 지켜왔다. 1279년 원나라가 수도로 삼으면서부터 900년 가까이 중국 역사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 여행지이다. 몇 번을 방문해도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중국의 전통과 21세기 첨단 문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중국은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사는 나라이고, 베이징은 1,8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한 여름의 베이징 거리는 푸른 나무와 건물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더위를 피해 나무그늘에 앉아 연신 부채질하며 음료수를 마시는가 하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인파 속에 상반신을 노출한 채 여름을 즐기는 남성들도 보인다. 그들을 방예膀爷라 하는데, 방예는 여름날 자신의 신체를 내 놓은 채 길거리를 활보하는 성인 남자를 이르는 해학적 호칭이다. 은 상반신 노출의 상태를 의미하고, 는 그 행동을 하는 주체를 뜻한다. 중국 역사에서 노출은 아이러니하게 미담과 함께 전래된다. 노자가 옷을 걸치지 않은 채 생활하였는데, 그들은 그러한 모습이 자연일치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보았다. 중국인들의 기본적 사고방식에, 더위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남성들이 웃통을 벗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만리장성을 오르고 세상만사 장성처럼 살다가는 교훈을 다시 체험하고 돌아오는 길에 용경협으로 향했다. 용경협은 베이징의 북쪽에 있는 협곡의 이름으로 계곡의 모양이 마치 용과 같다고 하여 용경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름의 용경협은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였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양쪽으로 높다란 기둥에 여의주를 갖고 노는 용이 산자락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인공폭포의 물줄기는 한 여름의 땀을 식혀주는데 충분하였다. 이 댐은 계곡을 막아 1973년에 완성했다고 하는데 높이가 73m나 된다. 모노레일을 타고 댐 위까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258m에 이르며 위에 도착하니 배를 타는 곳이 나왔다.

유람선을 타고 용경협의 절경을 바라보면 위에는 알록달록한 케이블카가 지나가고, 산과 산을 이어주는 고공줄타기 하는 사람이 보이고 양 옆으로 호수 위에 나타난 협곡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절경이 펼쳐진다. 기묘하고 거대한 협곡이 곳곳에 병풍처럼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샤터를 눌러대는 것으로 답례한다.

 

이화원은 면적의 3/4이 호수인 서태후의 여름별장이다. 사람을 동원하고 완전 수작업으로 바닥을 파내여 인공호수를 만들었다. 호수를 만들기 위해 흙을 파내어 멀리 보이는 만수산을 만들었다고 하니, 참으로 어마어마한 공사였을 것이다. 100명씩 타는 배가 오간다. 이화원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1886년 서태후에 의해서다. 폐허가 된 원명원을 복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서태후가 해군 창설을 위해 마련된 예산에서 은 2,400만 냥을 유용해 자신의 여름 궁전을 조성했다. 이곳을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서태후는 자금성으로 돌아가기 싫어했다고 한다.

천안문 광장의 사람들을 보고 기가 죽고, 더위 또 한 번 기운이 빠진다. 천안문과 자금성 분위기는 형성된 과정과 역사적 배경을 보면 관광객들의 감정이 크게 좌우된다. 자금성을 보면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많은데 놀라고,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시끄러움에 또 놀란다. 가이드가 전하는 자금성의 건물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가 있었다.

베이징의 왕푸징 거리는 현대적인 분위기로 여행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과거 명나라 때는 이곳에 왕부가 10개나 들어서 있었고, 고위 대신들이 거주하던 관저가 많았다고 한다. 우물이 많아서 이름 끝에 정자가 붙었는데 지금은 우물에 뚜껑이 덮여 있고, 그 위를 여행자들이 지나다닌다. 여러 개의 백화점과 대형 서점, 예쁜 천주교회, 분식 거리가 형성되어 있어 베이징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필수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이색적인 먹을거리도 있고, 대형백화점과 상가들이 즐비하고, 뒷골목에도 음식점이나 소형 상가가 줄을 잇는다. 구경하느라 피곤함도 잊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사진도 찍고 먹을거리도 구경하면서 왕푸징거리를 걷는다.

 

금면왕조는 공연 무대 좌우에 배치된 전광판을 통해 진행되는 스토리를 중국어, 영어, 한국어 순으로 소개한다. 내용은 여자들만 사는 금면왕조와 남자들이 사는 남면왕조와의 싸움에서 남자가 지면서 포로로 잡힌 왕이 남면왕조의 여왕과 사랑에 빠지고 마지막에 대홍수가 나는데, 무대 장치를 통해 쏟아지는 물의 양이 150톤이란다. 장예모 감독의 연출작으로 2018년도에 공연 횟수가 5000회에 가까워지고, 춤과 무대의상 그리고 넘치는 율동을 통한 스토리는 감탄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베이징의 거리를 직접 체험해보고 손자에게 어떤 체험이 가장 좋았느냐고 물었더니 ‘1등은 발마사지와 인력거 투어이고, 2위는 서커스라고 했다.’ 역사체험이니 자금성, 만리장성, 천안문 등이 순위애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대답하여 깜짝 놀랐다.

2018년에 조사한 자료를 보면, 세계에서 물가가 비싼 도시로 우리나라 서울은 5위이고, 베이징은 9위이다. 가이드는 일정 내내 쉬지 않고 베이징의 역사를 설명한다. 그 중에 서울보다 베이징의 집값이 더 비싸다고 하여 의아해 했는데 이번에는 중국의 한 석유회사가 일 년에 버는 돈이 우리나라의 일년 예산보다 많다고 하여 자존심이 상했다. 아무튼 베이징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베이징의 매력은 수많은 궁전과 각종 사원들, 천안문, 이화원의 아름다운 누각, 교외의 만리장성 등에 있다. 중국의 저력은 문화의 힘과 그들의 삶의 방식에 있다. 지금도 중국 사람들은 사드니 뭐니 하면서 우리의 삶에 직간접으로 간섭하고 있다.

20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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