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책을 쓸 때

명명가 2018. 7. 7. 18:18

책을 쓰는 시간에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

  

가깝게 지내는 시인이 이번에 출간한 시집을 보냈는데, 시집을 여는 순간 깜짝 놀랐다. 표지 뒷장에 인사말과 내 이름 뒤에 사백님이라고 썼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아직 사백이란 말을 사용한 적이 없다. 사전에서 그 내용을 찾아보니 사백詞伯은 시문에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내 글을 인정해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지난번에 책을 출판할 때도 출판사에서 메일이나 전화를 하면 작가님이라고 깍듯하게 대해줄 때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국립도서관에서 내 이름이나 내가 쓴 책명을 검색하면 바로 책을 찾을 수 있어서 앞으로 더 부끄럽지 않은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처럼 책을 쓴다는 행위자체가 많은 경험과 지식을 얻는 계기가 된다.

 

누구나 자신의 저서를 가지고 싶지만 대부분 바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싶고, 내 발자취를 남기고, 내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하여 책을 쓰기로 하였다. 언제 어디를 가든지 부지런히 메모하고, 습관처럼 글을 썼다. 여행이나 산행에 나서면 사진을 찍고 돌아오면 글과 함께 블로그에 올리고,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내용이 있으면 적어놓고, 일상생활에서도 가슴에 닿는 일이 있으면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올린 사진이나 글을 보면 당시의 생각과 느낌이 되살아나고, 머리를 믿지 않고 손을 믿으면 기억이 복원되었다. 나이 들어 그런지 생각과 느낌을 글로 써놓지 않으면 기억에서 사라진다. 습관적으로 적고 본능적으로 기록하여 그들을 모으면 한권의 책이 되었다. 마음은 자주 들여다보고 정성을 드릴 때에 평화로워지고, 꿈도 자란다.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명언을 자주 읽는 것이 마음을 가꾸는 일이고, 책읽기로 그치지 않고 마음을 담아 글을 쓰는 것도 행복을 다지는 일이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줄어들어 독자들에게 글로 써서 내 이야기를 전한다. 책읽기가 음식점에서 메뉴를 보고 먹을 음식을 선택하고, 서빙해주는 대로 즐거운 식사를 만끽하는 것이라면, 책 쓰기는 재래시장에서 싱싱한 식재료를 구입하고, 집에 돌아와 싱크대 앞에서 다듬고 요리하고, 식기에 담아 식탁에 상차림을 해놓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것이다. 한 편의 책은 영감과 땀과 성취감을 먹고 자란다. 책은 잘 써지건 안 써지건 항상 내용에 몰두하면, 일상에서 접하는 온갖 일이 책 쓰기의 소재로 연결된다.

 

책을 쓰는 마음은 돌탑을 쌓는 마음과 같다. 책을 쓸 때는 항상 내가 주인공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것을 외부로 드러내는 뻔뻔한 행위이다. 어떤 때는 내가 쓴 책이 낮게 평가되고 외딴 곳에 숨겨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나의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이어질 때마다 말하고 싶은 사연을 글로 표현한다. 글은 마음으로 쓰고, 마음속으로 온갖 이야기를 가다듬는다. 마음으로 씨앗 한 알 쌓고, 마음으로 열매 한 알 쌓는다. 글 한 줄 쌓는데 하루가 거릴 때도 있다. 대장간의 무쇠덩이가 연장으로 변신하듯 기도하는 마음을 담는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승자도 패자도 없는 오로지 자신과의 대화이다. 글은 많이 알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일이다. 여기에는 많은 것을 읽어야 하는 열정과 노력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책 쓰기를 하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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