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은퇴한 사람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아쉽게도 대부분 없다고 말한다. 현역시절에 잘 나가던 사람들이 은퇴 후에 빈곤 상황에 처하는 사람도 많다. 이것이 젊은이들의 앞날에 다가올 냉엄한 현실이다. 현대사회는 복지안전망의 미흡, 질병과 사고, 자녀 문제, 고령층의 창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빈곤노인을 양산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상황은 녹록치 않다. 빈곤노인문제는 가까운 미래에 나의 문제이며, 현재 평균소득의 근로자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도 예외일 수 없다.
인생 2막을 어떻게 살까?
퇴직 전까지의 삶이 밥벌이였다면 인생 2막을 사는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누구나 퇴직이라는 강을 건너야 하지만 무덤덤하게 맞이한다. 은퇴하면 돈에 삶을 저당 잡히는 사람도 있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람도 있으며, 예상치 못한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인생 2막을 사는 많은 사람들은 고통을 짊어지고 새 길을 만들고, 다른 세상을 마주한다. 그들은 지금까지 아옹다옹하던 직장 동료도 멀어지고 자신과 싸우는 삶이 시작된다. 그러나 은퇴 준비가 잘 된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시기이고, 하고 싶었던 일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다.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이 떠오르느냐고 물으면 선진국 사람들은 ‘자유와 행복’이라고 답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은퇴자들이 당장 먹고 살기가 어렵고 노후준비가 미흡하다는 증거이다. 인생 2막에 이르면 사회경제적 주류세대에서 비켜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현재의 사회경제시스템에서 설 자리가 제한되며, 오랫동안 몸담았던 고용시스템에서 소외되는 것이 가장 충격적인 변화다. 이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넜고, 생태계가 바뀌었으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갔다. 그들은 재취업해도 이질감을 느껴 견디기 어렵고, 젊은 세대들은 그들을 적응하지 못하는 퇴직세대라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창업하여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지만, 인생 2막을 사는 사람들은 자칫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으니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하고, 떠밀려서 창업에 나서면 실패할 확률이 더욱 높다. 그들에게 건강은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다가오고,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들의 삶에 변수로 작용하는 요소는 돈, 건강, 친구, 취미, 삶의 가치 등이 있다. 이 요소들이 하나하나 떠나가고, 영원할 것 같았던 것들도 어느 날 곁에서 사라진다. 자녀는 성장해서 독립하고 배우자는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살고 부모세대들과 이별한다. 죽마고우들이 병들거나 세상을 떠나고 일을 중심으로 만들었던 인맥도 점차 그 빛이 퇴색된다. 주변을 살펴보면 점점 빈자리만 늘어가고, 이별로 인한 고독이 다가온다. 장수를 축복이라고 하지만 홀로 남은 자의 쓸쓸함만 더 한다. 이 때쯤이면 돈도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부족하면 불편하고, 생활비가 없으면 생존이 버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