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오늘을 맞이하고 하루를 계획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미래로 가는 길목이다. 그러므로 오늘이 아무리 고달프고 괴로운 일들로 발목을 잡는다해도 결코 주눅이 들어서는 안 된다.
오늘이 나를 외면하고 자꾸만 멀리 달아나려 해도 '오늘'을 사랑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삶의 모습이 오늘이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왠지 생각이 많아진다. 올해는 장마와 폭우의 피해가 심했다. 차 한 잔 들고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본다.
특별할 수 없는 일상은 우리에게 지나오면서 쌓여진 추억의 사진첩을 뒤적이게 한다. 그래서 추억은 더러 아름다운 그림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인생이란 앞만 보고 가게 할 뿐 결코 되돌아가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다.
어느 날 문득, 내가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보니 조금은 삭막하다고 생각된다.
30대까지는 세상의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사람마다 높은 산과 계곡처럼 차이가 나지만 나이가 들면서 산은 낮아지고 계곡은 높아져 이런 일, 저런 일 모두가 비슷해진다.
많이 가진 자의 즐거움이 적게 가진 자의 기쁨에 못 미치고 많이 아는 자의 만족이 못 배운 사람의 감사에 못 미치기도 하여 이렇게 저렇게 마지막 계산은 비슷하게 됨을 보았다.
우리가 교만하거나 자랑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친절하고 겸손하고 서로 사랑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려하고 화사한 젊음을 잃었다고 너무 한탄하지 말자. 후덕한 사람의 향기가 더 아름답고 더 그윽하다. 묵향처럼 가슴속까지 깊이 배어드는 나의 향기가 더 좋다.
꽃은 머지않아 시들어도 세월의 주름살은 경륜과 식견의 향기로 마르지 않고 항상 온화한 것이다. 방안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 적셔오는 세월의 향기에 만들어야 한다.
인격과 후덕함이 쌓여서 빚어내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인생의 깊은 의미를 사랑하고 얼마든지 사랑 받을 그런 멋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제 나의 인생과 기품에 따라 자기만의 향기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가꾸어 가야 할 때이다.
희생으로 베풀고 곱디고운 심성과 아량으로 살아온 발자취가 있었다. 주름살이 깊어진 만큼 가슴속도 깊어지고 피부가 거칠어지는 대신 사랑은 더 부드럽고 향기는 더욱 더 짙어진다.
감싸주는 인연으로, 기쁨을 주는 인연으로 살아야 한다. 한결 같은 인연으로, 떳떳한 인연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는 항상 바쁜 현실에 얽매여 소중한 사람들의 그 고마움과 따스한 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요즘은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의식을 하게 된다.
20대에는 무턱대고 운동을 해도, 조금 무리하게 운동을 해도 탈이 없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무리해도 표가 난다.
수영장에서 어린 시절 수영한 경험으로 연습을 했더니 팔이 아파서 더 수영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실감이 났고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탈무드'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늙는 것을 재촉하는 네 가지가 있단다. 그것은 두려움, 노여움, 아이, 악처이다."
좀더 젊게 살려면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마음 속에서 몰아내야 한단다. 그런데 이해가 잘 안 되는 말이 있다.
늙게 하는 것 중에서 '아이'가 왜 우리를 늙게 할까? 청순하고 신비스러운 존재일 텐데.
왜 우리를 늙게 할까?
그것은 너무 신경 쓰며 살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순수를 잃어버리고 고정관념에 휩싸여 남을 무시하려는 생각이 들고 우연한 행운이나 바라고 누군가에게 기대려 하면 늙는가 보다.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이나 대우를 받으려는 생각만 하고 나약해져가고 있는 건 아닌지 누군가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고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심통을 부리지는 않는지 생각하게 된다.
마음이 늙으면 몸도 더 빨리 늙기 마련이다.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라는 말이 영국 속담에 있다.
우리는 이를 부정하거나 두려워해서도 안되고 젊은 날을 아쉬워해서도 안 된다.
젊은이들이 누리고 있는 젊음을 나는 이미 누렸으며, 그런 시절을 모두 겪었다는 사실에 만족해하며 대견스러움을 가져야 하겠다.
나이가 들수록 그만큼 경륜이 쌓이므로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고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아집만 늘어나고 속이 좁아지는 것 같다.
나의 삶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넓고 큰마음을 가져야 한다. 오늘은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기다림으로 내일의 기쁨을 찾아가는 길목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지금이 최선인 것으로 알고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가지만 지난날에 그렇게도 고민스러웠던 일들이 하찮은 것으로 생각되는 사건들이 있었음을 보면 겸손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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