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면을 준비하는 사람들

명명가 2012. 9. 3. 00:14

벌써 젊음을 넘어 언덕을 넘어 걸어온 인생길이다. 남아 있는 욕심 다 버리고 지난 날 추억을 되새기며 스쳐 가는 숱한 인연들을 여생을 위해 살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러면 그가 서 있는 자리마다 향기로운 꽃이 피어나리라.”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일에 눈멀지 않고 그 일을 통해서 자유로워진 사람이 귀한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가 좋다."라고 옛 스승들은 말했다.
  그렇다.
  아름다움이란 꾸며서 되는 것이 아니다. 본래 모습 그대로가 그들만이 지닌 특성의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자식 기르느라 정신 없고 지지고 볶으며 지냈다.
  어느 날 머리카락이 빠지고 희끗희끗한 걸 보니 가여워진다.
  서로가 철없고 어려웠던 지난날을 견디어준 것에 눈물겹게 고마워진다.
  이젠 세상에 머물 날도 3/1밖에 남지 않았는데 평화로운 슬픔이랄까, 자비심이랄까 그런 것들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누가 오십대를 구름이라고 했나?
  어디를 향해서 떠가는 구름이라고 했나?
  붙잡는 이 하나도 없지만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바람 부는 날이면 가슴 시리게 달려가고 있는가?
  나이가 들면 마음도 함께 늙어 버리는 줄 알았는데 산과 들의 변화에 허전함이 돋고 시간의 지배를 받는 육체는 그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늙어가지만 시간을 초월한 마음은 새로운 가지처럼 자꾸자꾸 뻗어 오르고 싶어진다.
  나이를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나라는 존재가 적당히 무시 되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시기에 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와버린 나이가 되었다.
  머리 속에 정체되어 새로워지지 않는 낡은 지성은 나를 점점 더 무기력하게 하고 체념하자니 지나간 날이 너무 허망하고 포기하자니 내 남은 날이 싫다고 한다.
  하던 일 접어두고 무작정 어딘 가로 떠나고 싶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삶에 대한 느낌은 더욱 진하게 가슴에 와 머무른다.
  나이를 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하지만 난 그것이 싫다.
  나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오십만 넘으면 더 이상의 감정의 소모 따위에 휘청거리며 살지 않아도 되리라는 믿음으로 세월이 물들어가고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색깔로 나를 물들이고 갈수록 내 안의 숨겨진 욕망의 파도는 더욱 거센 물살을 일으키고 처참히 부서져 깨어질 줄 알면서도 여전히 바람의 유혹엔 더 없이 무력하기만 하다.
  아마도 그건 훈련되어진 정숙함을 가장한 완전한 삶의 자세일 뿐일 것 같다. 이제야 어떤 일에도 가장 약한 나이가 오십대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회색 빛 높이 떠 흘러가는 쪽빛 구름도 창가에 투명하게 비치는 햇살도 바람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흙 냄새도 그 모두가 내가 품어야 할 사연인 줄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어진다
  머무름으로 남을 수 없는 것이 슬픔으로 남는 나이가 아닌가 싶어진다.
  이제 나는 흔들리는 구름이 아니라 끝없이 뻗어 내려가는 물줄기이다.
  나이가 들면 인생은 비슷비슷하다고 한다.
  40대에는 미모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50대에는 지성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며 80대에는 목숨의 평준화가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인생을 크게 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지내온 일생을 회고하면서 세 가지를 후회한다고 한다.
  첫째는 베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
  이렇게 모으고 쥐어봐도 별 것 아니었는데 왜 좀 더 베풀며 살지 못했을까?
  참 어리석게 살았구나 하는 것이 가장 큰 후회란다.
  둘째는 참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란다.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좋았을 걸하고 후회한다고 한다.
  지나고 보니 좀 더 참을 수 있었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참았더라면 하고 후회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좀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란다.
  왜 그렇게 짜증스럽고 힘겹고 어리석게 살았던가? 하고 후회한다고 한다.
  많이 가진 자의 즐거움이 적게 가진 자의 기쁨에 못 미치고 많이 아는 자의 만족이 못 배운 사람의 감사에 못 미치기도 하여 이렇게 저렇게 빼고 더하다 보면 마지막 계산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교만하거나 자랑하지 말고 겸손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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