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작은 기도 소리

명명가 2012. 9. 3. 00:32

내가 시골 중학교에서 근무하던 1980년대는 참으로 믿음이 무엇인지 모르고 덤비듯 생활할 때이다. 이 농촌 마을의 살림살이는 평화롭다 못해 적막하였다.
  그 마을 뒤 언덕 가장 높은 자리에는 큰 교회가 있었고 주일날이 되면 교회 종소리가 멀리 있는 다른 마을까지 들렸으며 그 근처 사람들 중에 마음이 깬 사람들은 모두 성경책을 옆에 끼고 하나 둘씩 모여 예배를 드렸다.
  나도 함께 근무하는 음악 선생님과 함께 자주 교회에 나갔다. 그 교회에 나가면 시골생활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다.
  음악 선생님과 나란히 앉아 찬송가를 부르노라면 옆에서 들려오는 찬송가 소리가 마치 내가 부르는 것처럼 은은하게 위안을 주기도 하였다. 그 선생님의 찬송가 소리는 어찌나 감미로운지 나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였다.
  그는 가끔 우리 집에 놀러왔으며 텅 빈 교회당에 나가 기도하자고 권유할 때도 있었다. 왜냐고 물으면 마음의 짐을 놓고 올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라도 함께 나가 기도할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가 되었고 교회 행사의 하나로 찬송가 경연대회가 있었다. 목사님이 우리들에게 심사를 보라고 하였다. 사양해도 막무가내였다. 분위기에 휩싸여 떠밀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을 심사하는 것처럼 교인들의 찬송가 경연대회에 참여하였다.
  찬송가 경연대회 중간에 우리 부부에게 함께 찬송가를 부르라는 권유가 있었다. 마지못해 우리 부부는 앞에 나가 455장 ‘주 안에 있는 나에게’를 찬송하였다. 부를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다. 그런데 교인들의 반응은 대단하였다. 믿음도 별로 없는 우리에게 이렇게 환대해주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싶었다.
  주님이 주시는 행복을 모르고 지나는 시간들이었다. 목사님은 우리를 무척이나 이해주시는 편이었다. 심방은 혼자 오셨다. 그때 나는 가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필 때였다. 담배를 피워 방안이 자욱할 때 내 방을 찾은 적도 있었다. 쑥스러운 것도 몰랐다. 담배를 왜 피우는지 모르고 그냥 습관대로 피웠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 목이 안 좋아 끊게 되었다. 알지 못하는 사이 하나님의 능력이 행사하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 교회 목사님의 아들이 2명 있었다. 가끔 우리 집에 놀러 오는 것이 그들의 재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에 모래를 가득 묻혀 방으로 들어오려고 하였다. 우리 아들이 못 올라오게 하고 먼지나 흙을 다 털어낸 후에 들여보낸 적도 있었다. 한번은 목사님이 봉고차를 대절하여 딸기밭에 간다고 집사님들을 모두 모시고 가는데 나도 초대해 주셨다. 낯선 시골에 살아도 외로울 틈이 없었다.
  전교인들이 모여 체육대회를 하였다. 내가 근무하는 중학교 운동장을 빌려 행사를 하였다. 그 때 자기 자식들을 업고 달리는 경주가 있었다. 교인들이 모두 자기 자식들을 업고 달리기로 하였다. 그 중에 목사님이 자기 아들을 업고 있는 힘을 다해 달리던 모습은 오래 기억되었다.
  여신도 달리기도 있었는데 아내도 열심히 달렸다. 그런데 어릴 적 운동회 때 달리던 실력이 안 나온다고 불만이었다.
  나는 심판도 보고 교회에 나가지 않던 교장 선생님이며 하숙하며 본가에 가지 않은 선생님들도 모두 모시고 예배도 드리고 음식도 나누어 먹었다.
  교인들의 체육대회가 지역사회의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교회에 나가는 사람이나 안 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주님의 뜻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목사님과 집사님들이 함께 빙 둘러 앉아 돌아가면서 이어 기도한 적도 있었다. 그 때 무슨 말로 어떻게 기도하여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얼버무린 적도 있었다.
  국어를 전공한 내가 영어로 된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여 영어 실력을 올려보자는 목사님의 제안에 따라 교회 별당에서 가르친 적도 있었다. 번역해 놓은 자료가 많아 어려움은 없었다. 이런 어설픈 믿음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것도 주님이 뜻임을 뒤 늦게 알았다.
  그 때는 그리움도 외로움도 없었다. 그냥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는 것이 믿음이고 행복이었다. 사람의 힘으로 안 되는 일만 골라 기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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