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어린이집 세상

명명가 2012. 9. 3. 00:38

우리 집 아기를 어린이 집에 보내려고 며느리가 여러 곳을 방문하였다. 어린이 집을 정하기 전에 먼저 원장선생님께 아이가 적응하는 동안 옆에서 지켜봐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적응하는 동안 식구가 참관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선택하였다.    
  나도 선택한 어린 집에 가 보았다.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아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부터 재롱을 피우는 아기들이 줄을 지어 나오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였다. 아기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소란하지 않고 조용하다는 것이 더 생소하였다.
  대부분의 어린이 집에서는 부모가 참관을 하는 것을 꺼려하였다.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할머니가 보살펴 주시기 때문에 할머니와 어린이집에서 함께 놀다보면 불안감을 없앨 수 있을 것 같아 참관할 수 있도록 요구하였다.
  1주 정도 참관수업을 한 후 아이가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아이에게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할머니가 데리러 온다는 믿음을 주기로 하였다.
  집식구들과 떨어져 처음으로 낯선 곳에서 장시간 생활하게 될 아이에게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였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에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다.
  어찌하겠는가?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되고 집에만 있을 수 없는 것을......
  속상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아기를 꼭 안아주며 조금만 있으면 데리러 올 테니 놀고 있으라는 말 밖에 없었다.
  내가 할아버지가 되기 전에는 몰랐다. 손자를 향한 할아비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몰랐다. 자식을 낳고 키우고 이제 다시 부모가 된 듯 착각을 하며 산다.
  우리 아이는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어린이 집에 가면 경쟁심도 생기고 잘 먹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숟가락질을 잘 못하는 우리 아이는 잘 먹는 아이들보다 식사 시간이 힘들어질 것이지만 조금씩 익숙해질 것이다. 할머니가 쫓아다니면서 먹여주는 버릇이 없어질 것이다.
  집에 있는 동안 이 닦는 그림책을 보여주고 즐겁게 이 닦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닦기에 재미를 붙여주었다. 삼켜도 되는 유아용 액상 치약을 사용하였다.
  배변 훈련을 한 지 한 달쯤 지나 익숙해질 때 기저귀 대신 팬티를 입혔다. 이때 변기에 앉기 전에 혼자 팬티와 바지를 내리는 연습을 시켰다.
  처음에는 바지는 내려주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자신이 팬티를 내린다고 야단이다. 지금은 아이 혼자 해보게 한다. 내리는 것은 쉬우나 올리는 것은 아직 어렵기 때문에 내리는 것부터 연습한 후, 용변을 보고 나서 휴지로 닦아주고 바지 올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아이에게 안 되는 것이 있음을 알도록 해주기 위하여 가끔 또래들이 있는 놀이터에 데리고 가서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하게 하였다.
  어린이집에 가던 첫날은 할머니와 함께 있다가 왔고, 둘째 날에도 어린이집 분위기를 익혔다. 셋째 날에는 중간에 할머니가 왔는데 한참을 울었단다. 마음이 아팠다. 집에 와서 식구들이 1명이라도 없으면 불안한 행동을 한다. 적응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그 환경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중인 것 같기도 하였다.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은 참으로 자상하셨다. 아이들의 활동상황을 매일 간단하게 메모하여 보내주셨다. 식구들이 돌려가며 읽었다.
  어린이집에 적응하기 가장 힘든 이유는 식구들과 떨어지는 습관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생활하니, 아이가 조금씩 두려움을 줄이고 적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울기도 했지만 차츰 식구들과 다시 만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올 건지에 대해 이야기한 후 헤어졌다. 아이를 데리러 가서는 잘 놀았다고 칭찬해주었다. 인지 발달과정 중 원인과 결과를 알아 가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가게 되면 아이는 집에서보다 훨씬 규칙적인 생활을 하였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낮잠 시간이었다. 어린이집의 낮잠 시간에 아이를 재우도록 미리 연습하였다.
  12월 1일 : 세민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요. 엄마 가시고 많이 울다가 노래 부를 때 친구들을 바라보고 점심식사 시간에 처음에는 선생님이 먹여 주었는데 나중에는 혼자 먹는다며 먹었답니다. 고기도 잘 먹었어요.
  12월 2일 : 세민이는 영어시간에 선생님 무릎에 앉아 영어수업도 듣고 혼자서 레미콘을 가지고 웃기도 하며 잘 지냈습니다. 등원하자마자 턱밑에 약간의 상처가 있었습니다. 약 발라 주었어요.
  12월 6일 : 세민이가 맑은 콧물이 나오네요. 세민이가 정말 달라졌어요.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울음소리는 싹 사라지고, 친구들 노래할 때 지휘도 하고, 노래도 곧잘 따라했습니다. 세민이 칭찬 많이 해주세요.
  12월 7일 : 세민이 오전 죽도 다 먹었고 점심도 잘 먹었습니다. 천천히 먹을 만큼 먹었습니다. 혼자 다른 반으로 코끼리 찾으러 다니고 처음 헤어질 때와는 다르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12월 9일 : 할아버지와 헤어질 때 울었습니다. 그러나 세민이가 점심 먹고 치카치카 양치질도 하고 많이 발전했습니다. 가위로 오리는 것이 재미있는지 종이 오리기에 함참을 집중했습니다. 선생님이랑 이야기도 하고 놀았습니다.
  12월 14일 : 세민이가 처음과는 아주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오전 죽도 뚝딱, 점심밥도 다른 친구들만큼 먹었습니다. 밥숟가락도 커지고 먹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칭찬 많이 해주세요.
  12월 22일 : 오늘은 어린이집에서 크리스마스 축제가 있는 날이다. 우리는 아기 선물과 카드를 미리 준비하여 어린이 집 선생님께 아이 몰래 전달하였다. 그리고 오늘은 장소를 이동하여 행사장으로 간다고 한다. 오후 3시가 되어 아이를 데리고 왔다. 정말 신나는 하루였다고 잘 모를 자랑을 한다. 집에 와서 크리스마스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을 가지고 신이 나서 낮잠도 잊은 채 놀기만하였다. 4시경 며느리가 아기를 데리고 친정에 갔다. 그런데 갑자기 아기가 탈이 났다. 열이 오르고 놀지도 않고 자주 운다는 것이다. 오후 8시경 집에 돌아온 아이는 어디가 아픈지 놀긴 놀아도 아픈 표정이 역역했다. 밤이 깊었다. 갑자기 아이가 토를 하기 시작했다. 3번이나 토를 하고 열이 오르고 밤잠을 온 식구가 설칠 수밖에 없었다.
  12월 23일 : 날이 밝았다. 열이 다시 올라 해열제를 먹였다. 열은 내렸으나 아이가 먹지를 않는다. 오늘은 우리 아이가 어린이 집에 못간다고 전화를 했다. 물만 먹고 가끔 우유를 조금 먹을 뿐이다. 겁이 나서 다니던 소아과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는 기운이 없어 등에 기대고 있다. 한참을 기다려 의사 선생님의 진찰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소견서를 써주시면서 큰 대학 병원이나 조이소아과를 추천해 주신다. 약 처방도 없다. 앞이 깜깜했다. 아기 얼굴을 보니 병원에서 나와 집에 간다고 좋아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조이소아과를 찾았다. 주차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들어선 대기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아기는 집에 가자고 운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병원을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는 도중 홈플러스로 가잔다. 할 수 없이 잠깐 들러 저녁도 먹고 기분을 풀어준 다음 집에 도착했다. 해열제를 먹이고 물과 우유를 먹었다.
  생각하다 의사선생님의 판단과는 달리 토사, 설사 등에 효과가 있는 후크라베리큐를 먹었다. 아기의 상태는 점점 좋아졌다. 밥도 조금 더 먹이고 잠을 잤다.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12월 24일 : 아침에 일어나니 아기가 기분이 좋다. 마음이 편안하다. 점심 때가 되어도 밥을 잘 먹지 않는다. 낮잠을 자고 나니 아기가 열이 높다. 겁이 났다. 성모병원으로 갔다. 진찰을 하고, 신종플루 검사도 받고, 영상 촬영도 하고, 수액 주사도 맞았다. 너무 힘들어 하는 아기의 모습이 안쓰럽다.
  5시간 반 동안 수액 주사를 맞았다. 대견스럽게 잘 견뎠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는 지나가고 있었다. 성모병원 강당에서 미사가 있다는 방송이 들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기는 정상을 찾고 노래를 부른다. 지나기는 사람들이 귀엽다고 한마디씩 한다. 월요일에 또 와서 검사 결과를 보라고 한다. 아기를 안고 집에 들어서는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다. 거실이 더 편안함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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