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또래의 어르신들이 모였다. 대화 주제는 손자, 손녀 이야기인데 조부모가 담당하는 육아문제였다. 노인 인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아이를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맡기는 경우가 늘고 노인들의 육아문제가 발생한다.
손자, 손녀들을 절대로 안 맡겠다고 하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맡았다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손자들의 귀여운 모습에 소일거리도 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부정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손자, 손녀의 육아를 담당하다보면 자신들의 인생을 날려 보내고, 건강도 해치고, 더 빨리 늙고, 육아기술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건강관리, 거동의 문제 등 자신만을 관리하기도 어려운데 아기를 키운다는 것이 심리적 스트레스가 된다. 그래서 미리 아기가 태어나면 키울 수 없다고 선언하는 조부모도 생겼다.
아이들의 육아를 거절하는 방법으로 며느리나 딸이 보는 앞에서 ‘손자가 귀엽다고 하며 먹던 음식을 입에 넣어 주던지’ ‘조기교육 삼아 고스톱을 가르치던지’ 하면 며칠 안에 아이를 데려간다고도 한다. 이렇게 육아는 힘들다는 뜻이다.
직장인의 70% 이상이 부모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노동부의 통계가 있다. 조부모에 의하여 키워지는 아기들은 급속히 늘어가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은 혈육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할머니들이 육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졌고 할머니 혼자 아기를 돌보기가 힘에 부치다 보니 할아버지까지 육아를 담당하게 된다.
육아에 새롭게 등장하는 할아버지들이 손자들을 돌볼 수 있도록 육아 정보프로그램이 필요할 정도이다.
우리 가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들이 미국에 있는 대학에 포닥으로 떠나고, 며느리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형편이니 육아에 가장 취약한 환경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아이는 친할머니나 외할머니가 돌보아 주는 것이 가장 좋다.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희생이 아기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깊은 사랑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부모에게는 아기 보는 일이 중노동이다. 할머니도 애 키운 지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잊어버렸고 할아버지는 경험이 없어 정말 난감하다. 집에서 목욕시킬 때 집은 아수라장이 된다. 오줌을 가리지 못할 때 아무데나 쉬를 하여 당황하기도 한다.
3대가 함께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조부모는 아기를 양육하면서 그 자체를 즐기기도 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다시 가슴 설레게 한다. 자기 자녀들을 즐기면서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잔병치레를 할 때에 노련한 경험을 가진 할머니의 응급 처치 방법은 더 위력을 발휘한다.
며느리는 우리에게 아기를 키우는 교육적인 정보나 신세대의 영어교육, 음악, 옷 스타일, 오락, 스포츠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
며느리는 조부모에 의하여 키워지면 의타심이 생기고 떼를 잘 부릴까 걱정한다.
육아기술은 부모가 되면 저절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학습을 통해 습득된다. 아기와의 스킨십부터 아기를 달래는 방법, 말 가르치기와 의사소통, 올바른 꾸중, 지성을 기르는 놀이 방법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사랑만으로 아기를 기른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모든 식구가 함께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였더니 언제부터인가 아기도 한 몫을 다하고 있다.
한 뿌리 한 가지에서 나온 손자를 내 인생의 또 다른 선물로 생각하고 애정으로 삶을 꾸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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