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즐비한 책들 중에 베스트셀러 1위인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골랐다. 언론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많이 들었다. 엄마라는 존재와 치매라는 사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문제이다.
이 소설이 일깨우는 것은 단지 가족 간의 정이나 어머니의 희생에만 머물지 않았다. 사람으로 태어난 모든 이들이 자기 생의 근원과 존재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주는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엄마를 잃어버린 '너'와 가족들이 엄마를 잊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어머니는 항상 중요한 일을 했지만 엄마라는 이유로 정당하게 평가되지 못한다. 그런 어머니가 없어지고, 그 어머니의 행적이 드러나면서 새롭게 평가된다.
엄마를 찾을 가능성이 줄어들수록 의미는 점점 커지지만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결국 엄마는 찾지 못한다. 엄마는 죽어서 새가 된다. 마지막에 큰딸이 산티아고에 있는 성당에서 ‘엄마를 부탁해’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엄마를 부탁해의 주제는 엄마에 대한 사랑이다. 세상 모든 자식들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미 늦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슬픈 이야기였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첫째 딸, 아버지, 여동생으로 이어간다.
1장 ‘아무도 모른다’는 큰 딸의 이야기이다. 특이한 것은 ‘나’가 아니고 ‘너’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질책하듯 스스로를 ‘너’라고 부른다.
2장 ‘미안하다 형철아’는 큰 아들 형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낯선 사람처럼 스스로를 ‘그’라고 부른다.
3장 ‘나, 왔네’는 지난날을 후회하는 남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4장 ‘또 다른 여인’은 새가 된 엄마가 자신의 기억을 풀어 놓으며 전개된다. 가장 똑똑했던 둘째 딸이 엄마가 되어 아이와 사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사랑을 전한다.
에필로그 ‘장마묵주’에서 큰 딸이 나온다. 엄마가 생전에 말했던 장마묵주를 사러 바티칸으로 떠난다. 장마묵주를 산 후 성 베드로성당의 피에다 상 앞에서 엄마의 모든 것을 어렴풋이 느끼며 ‘엄마 부탁해’라고 한다.
각 장에서 실종된 어머니를 목격한 이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나는 어머니의 모습, 슬리퍼를 신고 발등에 파인 상처를 지닌 어머니, 한없이 연약하나 선한 이미지, 성스러운 손길로 아픔과 상처를 쓰다듬어주고 원죄에 대한 고해를 들어주는 이미지, 사라진 어머니를 끝까지 붙들어놓으려는 노력 등이 가슴을 저민다.
피에타 상을 보고 난 뒤에 엄마를 부탁해라고 이야기하면서 소설을 마무리 짓는 것은 어머니상이 지니는 사랑의 상징을 환기시킨다.
이 소설을 통하여 우리의 어머니는 어떤 어린 시절을 살고 어떤 꿈을 꾸며 자식들과 남편에게 왜 그렇게 헌신했는지, 또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슴에 담고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고단한 삶을 사신 우리의 어머니는 영원히 가슴에 남아 있다. 이제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어머니, 오늘도 당신을 생각한다.
이 이야기 속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전화라도 자주하고 많이 만나는 것이 서로에게 위안과 행복을 준다는 평범한 진리가 숨어 있었다.
(2011년 봄)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는 세월 (0) | 2012.09.03 |
|---|---|
| 매미소리 (0) | 2012.09.03 |
| 선비의 육아 일기를 읽다 (0) | 2012.09.03 |
| 솔로몬의 지혜 (0) | 2012.09.03 |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0) | 2012.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