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소리
매미 울음소리가 한여름인 것을 알린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댄다. 매미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고 잠이 깬다. 가끔 매미가 베란다 망창에 붙어 울면 귀가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여름음악이다.
내가 어렸을 때 듣던 ‘맴맴맴맴맴맴 매애앰’하고 우는 매미는 참매미였다. ‘쓰름쓰름’하고 우는 쓰름매미, ‘차르르르’하고 우는 말매미. 특히 말매미 소리는 폭포수가 쏟아지는 소리를 닮았다.
내가 매미소리를 시원하게 생각하는 것도 폭포 같은 말매미의 소리 때문이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유지매미, 물론 이런 특이하고도 요란한 소리를 내는 매미들은 모두 수컷이다. 암컷을 유혹해서 짝짓기를 하려고 우는 것이다. 그러나 암컷 매미는 울지 못한다.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답답하다.
한밤중에도 우는 매미들, 매미의 울음소리는 자신의 체온 및 주변 밝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밝은 대낮에 우는 매미도 있고 해질 무렵에 우는 매미도 있다. 완전히 어두운 밤이 되면 매미는 더 이상 울지 않는다. 또 주변 온도가 떨어지면 소리가 작아지다가 일정 온도 이하가 되면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못한다.
우리 주변을 보면, 한밤중에도 가로등과 네온사인 등으로 밝은 빛이 있고, 밤에도 자동차가 줄을 잇고, 에어컨을 틀어대며 주변 온도를 높여주니 매미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사실 매미의 수가 그토록 늘어난 것에는 인간이 자연에 너무 많이 개입한 책임이 크다. 온난화로 겨울 평균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매미 개체수가 늘어난 것이다. 따뜻한 지방에 주로 사는 매미가 한반도에서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니 그것은 우리가 사는 땅의 기온이 그만큼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매미의 일생은 알, 유충, 성충으로 이루어진다. 매미는 알에서 깨어나면 힘겹게 알과 구멍을 빠져나와야 하고, 땅으로 몸을 날려 틈을 찾으면 땅 속으로 들어간다. 땅 속에서 여러 차례 탈피를 하면서 기나긴 애벌레 기간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말매미는 7-8년을, 참매미는 2-4년을, 애매미는 1-2년을 땅 속에서 보내야 한다. 그 기간이 지나면 애벌레는 땅 표면까지 길을 내고, 날씨 좋은 날 해질 무렵을 골라서 땅 위로 올라온다. 곧이어 적당한 나뭇가지에 몸을 붙이고 마지막 탈피를 완수한다.
날개를 펴고, 몸이 제 색을 찾고, 날 수 있을 만큼 날개가 빳빳해질 때까지 여러 시간을 기다린다. 동틀 무렵에야 비로소 어른 매미가 되어 세상 속으로 날아갈 수 있다. 짝짓기가 이루어지면, 암컷은 수백 개의 알을 여러 차례 적당한 곳에 낳은 뒤에 생을 마무리한다.
매미는 거의 나무를 가리지 않고 수액을 빨아먹고 산다. 애벌레일 때는 뿌리를 통해서, 성충이 되면 나무줄기나 가지에서 즙을 빨아먹는다. 매미의 암컷이 산란관으로 나뭇가지를 찢고 그 속에 알을 낳는다. 과실수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말매미, 유지매미, 털매미는 농가의 적이다.
성충 매미의 삶은 길어야 한 달 남짓일 뿐이다. 이토록 힘겨운 매미의 일생을 보면, 매미를 함부로 잡아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손자 녀석이 매미를 잡아달라고 하여 잡아주었다가 아파트 망창 밖으로 놓아주었는데 날아가지 않고 방충망에 붙어 울고 있었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새매가 낚아채 가니 우는 소리만 요란하다. 그렇게 생을 마치는 것을 보니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