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는 내 모습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거울 속에서 소리 없는 말이 나온다.
너는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있느냐?
젊음은 어디로 갔느냐?
검은 머리카락은 어디로 갔느냐?
내 모습 위에 왜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는가?
거울 속의 내 얼굴이 낯설다. 내가 아닌 듯, 어릴 적 보았던 내 아버지 모습이다. 흰 머리가 섞여 있는 주름진 얼굴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세월의 흔적이다. 그래도 거울 속에 비치는 얼굴은 거짓이 없고, 미움도 없다. 그 속에는 세월이 보이고, 오늘이 보인다.
아무리 뜯어봐도 만족함이 없고, 각박한 삶의 흔적들이 오묘하게 박혀 세월의 흔적을 말한다. 마음이 허망하다고 무너져 내린 흔적이 하나 더 붙는다.
희끗희끗하게 자란 세월의 여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아쉬워 떠나지 못하고 거울 속에 다시 나타난다. 스쳐간 자리마다 가슴앓이 흔적을 남긴다.
거울 속을 다시 거슬러 가보면 젊은 한시대가 보인다. 애틋한 마음이 거울 한 구석에 앉아 있다. 자신을 자각하는 사색이 있고. 세월의 무상함에 남루해져가는 모습이 있고, 지난 삶의 뒤안길을 서성대는 모습도 있으며, 나를 안내하는 징검다리가 있다.
거울 속에는 방치하는 마음이 오가고, 오만가지 괴로움과 근심이 있어도 태연하며, 바닥을 헤매면 또 하나의 거울 속 얼굴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