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장 작게 살기

명명가 2012. 9. 3. 00:46

  집에서 승용차로 15분 정도 달려 대형 중고자동차 매매 센터로 들어가면 산밭에 갈 수 있다. 주차장 맨 위쪽에 차를 세우고 10m 쯤 올라가면 400평 남짓한 산밭이 나온다.
  경계면을 사이에 두고 도시와 농촌의 삶이 함께 한다. 한쪽은 자동차 상인들과 손님들로 붐빈다. 다른 한쪽은 산밭으로 숲속의 나무가 둘러싸여 있는 곳에 느린 농부가 가꾸는 많은 농작물들이 사는 곳이다.
  땅 위로는 산비둘기, 까치, 소쩍새 등 여러 텃새들이 함께 살고, 땅 속에는 두더지까지 오고간다. 그 놈을 쫒으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한 곳이다.
  바람 부는 세상에도 흔들이지 않는 이 산밭에 들어서면 세상이 맑아진다. 책임질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책임질 사람이 있는 곳이다.
  날마다 새로운 시작으로 변화가 있다. 그 곳에는 푸른 숲과 새소리와 맑은 공기가 있다. 그곳에 앉으면 그에 맞는 행동과 가치관이 따라온다.
  산밭은 나를 보고 웃으며
  “다 벗어 놓게.”
  나는 대답한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를 아는가?”
  “놀이터가 필요했네.”
  “빨리 오지 그랬나?”
  “시원한 나무 그늘이 기다렸네?”
  그래서 나무 그늘 밑에 휴식처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마시는 차는 향이 다르다. 재활용할 물건들을 가져다가 의자와 깔방석, 테이블로 둔갑시켰다. 밭 주변 둑에는 쓸모가 없어진 플랜카드로 풀을 자라지 못하게 하였다.
  하늘의 뜻만 가다리는 이곳 식물들은 물이 귀하다. 그래서 하늘의 뜻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흘러가는 물을 받아 놓아야 했다. 밭 양쪽 물 흐르는 물고랑 끝에 큰 물독을 하나씩 묻었다.
  밭 구석에 무리지어 피는 꽃잎을 하나하나 빛깔과 모양을 살핀다. 마음의 문을 열어 농작물을 대한다. 색다른 경험이다. 산밭의 생명의 신비는 그대로 우주의 조화다. 그 조화는 전부터 있었다. 산밭에 오면서 자연의 질서를 순박하게 받아들인다. 남이 가진 것을 덜 시샘하게 되고 남들을 덜 인식하게 된다.
  밭을 가꾸듯 내 삶을 가꾼다. 주변의 상황이 소박하지 않아도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상치, 오이, 풋고추, 가지, 들깻잎, 강낭콩, 완두콩, 호박, 옥수수, 고구마, 참깨, 아욱, 파, 부추, 토마토, 참외, 수박이 우리 식구들이다.
  내년에는 밭 둘레에 매실 나무 20그루 정도를 심어 자라는 열매가 열리는 모습을 보려고 한다.  
  이들과 살면서 생긴 고민은 이들을 누구에게 시집보낼까 하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작은 만족감이 찾아온다. 하고 싶은 만큼 움직이고 가장 작은 삶을 여기에 있다.

 

 

201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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