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손자 육아

명명가 2023. 2. 12. 17:44

손자가 출생했을 때부터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돌보고 있다. 조부모로서는 먹고살기 바쁜 자식들을 대신해서 아이를 돌봐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면에서는 자식들과 손주 사이에 돈독한 관계를 맺는 일이어서 좋았다. 손주가 우유를 먹는 모습은 항상 이쁘기만 했지만, 아내가 손주를 안고 젖병을 물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는 일 등 노년에 반복적인 행동을 하면 손목이 아프다고 했다. 아내는 가끔 손바닥과 손가락 끝이 전기가 오는 듯 찌릿하다고도 했다.

 

손주병은 손주를 키우면서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를 말한다. 통증이 허리와 손목, 어깨 등에 발생한다. 손주를 안고 눕히는 과정에서 손목 신경에 자극을 받아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기고 아이를 오래 안거나 등에 업고 있으면 허리에 무리를 받게 된다. 아이를 업거나 안는 시간은 30분 이내로 줄이는 것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 아파트에 어린이집이 있다. 3월 학기 초가 되면 문 앞 풍경이 익숙하다기보다 출근 전쟁보다 더 안쓰럽다. 자는 아기를 안고 오는 아빠도 있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우는 아기도 있고, 놀이터에서 놀자고 하는 아기도 있다. 부모가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에 가야 하는데 답답하기만 한 부모들이다. 1 시간쯤 지나면 할머니들이 손주들을 데려다주고 가는 모습도 가엽다. 어떤 아기는 문 앞에서 빠이빠이만 하고 있다. 선생님이 안고 들어가면 울음보를 터트린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조부모가 손주를 돌봐주게 된다. 맞벌이 가정에 조부모의 육아 도움은 가장 든든한 우군이다.

 

한국리서치에서 ‘2022 황혼 육아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55세 이상 황혼 육아 조부모 30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응답자의 72%는 손주 육아에 대해 비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로 74.8%는 맞벌이 자녀를 돕기 위해서라고 응답했다. 황혼 육아의 대가로 자녀에게 금전적 보상을 받는 경우는 4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상은 평균 월 33만 원에 불과했다. 이들의 66.4%는 자신의 노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손주를 돌봄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했다(94%),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었다(98.4%) 등 황혼 육아를 국가와 사회, 가정 등 공동체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2023년부터 부모 급여를 도입해 0세와 1세 영아를 둔 부모에게 각각 월 70만 원, 35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 대응 고육지책이다. 신혼부부는 나라에서 월급을 준다니 일단은 반색이다. 액수보다 급여라는 용어를 반긴다. 개인 양육지원을 받는 사람 중 조부모(83.6%)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특히 자식과 따로 사는 비동거 외조부모(48.2%)가 손주를 돌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손목터널증후군, 허리디스크 등 '손주 병'에 시달리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덩달아 황혼 육아를 하는 조부모들도 늘고 있다. 황혼 육아가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2019년 계명대 병원 연구팀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손자녀 육아를 하는 조부모는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식을 키울 때와는 달리 손자녀 육아가 더 행복하다는 사람들도 많다그러나 그것도 조부모가 건강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이다. 육아를 맡은 조부모의 건강과 경제적, 시간적 보상을 제공해 조부모가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황혼 육아를 하는 조부모는 자녀 부탁으로 원치 않는 돌봄을 시작했지만, 내 삶이 나쁘지 않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혼 육아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대부분 조부모는 손주를 돌보는 것에 긍정적이다.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지만 조부모가 손주들의 미래를 위해 돌본다. 손주들이 귀엽고, 삶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황혼 육아는 내리사랑이다. 손주가 잘 크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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