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추석은 이색적인 풍경 중 하나다.
특히 추석이나 설날이 되면 고향을 방문하는 차량 행렬이 전국 대부분의 도로를 가득 메우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란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서울에서 대전이나 부산, 광주로 가는 시간이 서울에서 미국이나 유럽에 가는 시간보다 더 걸릴 때도 있다고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기차표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기도 한다. 그러나 화면에 비치는 귀성 인파의 표정은 짜증보다는 오히려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 또 한번 놀란단다.
이렇듯 고향에 있는 사랑하는 부모, 정다운 친구들을 잠시 만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수고, 그리고 물질도 아끼지 않는 한국인들을 보면 참으로 사랑이 많고 따뜻한 민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가족 중심적인 민족이라는 생각이 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면 나 혹은 내가 속한 것에는 관대하고, 반대로 내가 속한 집단이나 조직이 아니면 상당히 배타적이며 폐쇄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선거를 하면 특정 지역에서는 결과가 이미 결론지어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선거에서는 후보의 출신지역이 더 중요한 당선요소인 것 같다. 이러한 선거의 폐해들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인 것이 많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업무 차 생활하고 있는 외국 비즈니스맨들의 말을 들어보면, 고향이 어디이며, 어느 학교 출신인가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을 느낀다고 한다.
출신학교가 같거나 같은 고향사람이면 그 다음부터는 훨씬 대화가 부드러워지고 쉽게 친해지며 심지어 업무 수행이 쉬워지기도 한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동창끼리의 유대도 상당히 강하고 모임도 많은 실정이다.
기업에서는 때때로 어느 학교 출신이 높은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인사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기업 혹은 부서끼리 합병을 하고 나면 어느 기업 혹은 부서 출신이 우두머리가 되느냐에 따라 기업 내부에서 상당한 권력변화를 겪는 일도 있다고 한다.
융합과 화합보다 어느 쪽이 권력의 핵심에 서는가가 더 중요한 관건이 되기도 하며 그로 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져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 기업이야기를 주위에서 들은 적도 있다.
지금은 바야흐로 글로벌경제 시대다.
세계가 하나인 시대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국과 독일이라는 국경과 대륙을 초월해 합병한 기업이다. 이렇듯 지금도 지구촌 어디에선가 끊이지 않고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경쟁력과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M&A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냉철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 이상 국가도, 대륙도 민족의 개념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타주의나 차별주의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한국의 몇몇 기업은 이미 세계적인 기업으로 세계 여러 곳에서 여러 민족과 함께 일하고 경쟁한다.
혈연. 학연. 지연에 대한 사고가 깊이 뿌리 박혀 있다면 이는 세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말 것이다.
지난 8월 15일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을 지켜보면서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특히 50여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하물며 당사자인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했겠는가.
대부분의 이산가족들은 통일이 돼 남북이 하나가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배타주의나 차별주의에 대한 종식이 통일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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