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이하는 마음이 짠해진다. 열매가 익다보면 계절은 갈 것이다. 계절의 끝을 알리는 겨울보다 계절을 마무리하는 가을이 더 외롭다.
그저 멍하니 들꽃이나 별을 보거나 풀벌레 소리나 듣고 있다. 들꽃을 찾아다니고 숲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 일들이 갑자기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가을이라서 그럴까? 조용한 시간이 되어 내 자신을 돌아오니 더욱 그러하다.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가을이라서 그럴까? 그럴 나이 그럴 계절인가 보다.
이미 여름은 바닷가에서 파도와 장난치는 아이들 사진 속에 함께 하고 있다.
책상서랍을 열어보면 어느 때 넣어두었는지도, 언제 쓸지도 모르는 잡동사니가 잔뜩 들어있다. 보관할 때 마음이야 곧 쓰겠지 싶었지만 불필요하게 많은 필기도구, 알 수 없는 전화 메모, 디스켓, 그림 엽서, 안보는 책 애타게 찾던 물건도 역시 책상서랍 속에 숨어 있다.
책상 서랍을 뒤집어 놓고 새로 담는다. 몇 가지 물건은 미련이 남아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며 주저하다가 또 짐이 되지 싶어 버린다.
그래도 작은 추억이라도 담긴 것은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간직한다.
가진 것 하나에 걱정 하나라는데 가만히 생각하면 사람 마음도 그러하지 싶다.
살아가면서 마음속에 이것저것을 쌓아두고 산다. 훌훌 털어 버리고 잊어버리면 더 좋을 같다. 그러나 가슴속에 아무 것이나 담아 마음의 무게를 더한다.
마음의 서랍을 열어 서운했던 일, 부끄러웠던 일, 욕심부린 일 등을 찾아내어 책상 서랍을 털어 버리듯 마음속에 찌꺼기를 훌훌 털어 버린다. 나무는 겨울이 오기 전에 다 버리고 겨울을 맞이한다.
나도 그렇게 마음을 비워두고 싶다.
오늘 아침 출근하다보니 아파트 마당에 감 꽃이 핀지 어제 같은데 벌써 감이 익어간다. 들며나며 감이 익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저 감이 다 익을 때까지 남아있을까 걱정했는데 다들 관심이 없다는 듯 저 혼자 익어간다.
무관심이 오히려 다행이다. 그래도 점점 다홍색이 짙어지면 장난삼아서라도 아이들이 딸 것 같아 염려스럽다.
단풍 들고 낙엽이 지더라도 감은 저 혼자 남아 까치 밥이 되었으면 좋겠다.
감나무는 고향집에도 몇 그루 있다. 지금도 성묘하러 고향집에 가면 텃밭 가에 감나무가 저 혼자 자라고 저 홀로 익어 가고 있다.
그 나무에 올라가 놀기도 하고 홍시 하나 따려고 높은 가지까지 올라가 야단맞곤 했는데..... 이젠 잡초 속에 저 혼자 외롭게 서 있다.
그 감나무는 청설모나 까치에게 자신을 나눠주며 흘러가는 구름과 가끔씩 찾는 산새와 벗하고 있다. 그래도 자신과 친구로 지낸 나를 잊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이번 추석성묘 때 고향을 찾으면 감나무와 눈높이를 가늠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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