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설가 생텍쥐페리(1900∼1944)의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생텍쥐페리는 조국 프랑스를 떠나 뉴욕에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 선택한 망명이었다.
그는 이미 소설“야간비행"과“인간의 대지"로 미국에서 더 명성을 얻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그는 외로웠다. 조국은 독일의 지배 하에 있었고 세상은 점점 더 그의 이상과는 달리 전체주의 나치의 포화 속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어린 왕자는 1943년 뉴욕에서 처음 발간되었다.
조종사인 작가가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을 때 홀연히 나타난 어린 왕자와의 만남과 이별을 회상하는 “어린 왕자"는 일종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다.
어릴 적 화가가 되고 싶었던 생텍쥐페리는 그의 꿈과 고독, 사회풍자를 자신이 직접 그린 삽화 속에 진한 슬픔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그는 이 작품을 나치치하에서 고통받고 있는 유태인 친구 레옹베르트에게 바쳤다.
어린 왕자는 그의 별 소혹성 B612호에서 왔다. 그곳에는 그가 매일같이 보호해 주어야 할 변덕스런 장미가 있었다. 그러나 장미를 위협하는 바오밥나무 때문에 어린 왕자는 늘 불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왕자는 그 장미와의 불화로 자신의 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도착한 지구. 그는 사막에서 만난 여우를 통해 길들임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기별에 두고 온 장미에 대한 책임을 깨닫게 된다.
“잘 보려면 마음으로 봐야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 네가 장미꽃에 소비한 시간 때문에 네 장미가 그토록 중요하게 된 거야.
사람들은 진리를 잊어버렸어. 하지만 넌 잊지마.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선 영원히 책임을 져야 해.
넌 네 장미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어."
“난 내 장미꽃에 책임이 있다......."
어린 왕자가 지구에 떨어진 지 1년이 되던 날, 그는 두고 온 장미를 책임지기 위해 자기 별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어린 왕자는 나무가 넘어지듯 조용히 쓰러졌다. 모래 때문에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무겁지도 않은 몸뚱이를 가지고 자신의 별까지 갈 수가 없어 그는 낡은 껍질처럼 육신을 버린 것이다.
어린 왕자의 죽음을 생텍쥐페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쓸쓸한 풍경이라고 썼다. 길들임의 의미를 알고 그 책임을 지려했던 사람이 사라진 곳의 풍경은 아름답고 쓸쓸하다.
어린 왕자가 쓰러진 그곳에서 그 몸이 사라졌듯 생텍쥐페리 역시 죽음의 흔적을 어디에도 남기지 않았다.
어린 왕자는 여섯 별나라를 거쳐 지구에 온다. 그 별들에는 독재가 판치거나 우주에 별들을 사 모으고만 있는 실업가가 판치거나 식민지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지리학자, 기술 만능주의로 인간성이 병 들어가는 것을 모르고 살고 있는 별나라들을 거쳐 지구에 당도한다. 지구에 이르고 보니 이 거쳐온 별들의 악이나 부조리나 고독이 집합돼 있음을 본다.
왕자는 자기 별나라에 애지중지 물을 주어 손수 길러왔던 장미 한 송이가 있었다. 지구에 이르니 수천 송이 장미가 만발한 데 놀란다. 그리고 가치관에 혼란을 일으킨다. 이때 여우 한 마리가 나타나 이 세상에 아무리 좋은 것이 많더라도 나의 마음과 연계가 돼 있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며 손수 물을 주고 바람을 막아주며 기른 장미만이 소중한 것이라고 일러준다. 곧 마음의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소중하다고 일깨워준다.
도시화 기계화 핵가족화가 가속시키고 있는 단절과 고독이라는 현대 상황에서 상실했던 연대성 회복의 모색이 그의 작품을 통해 일관성 있게 흐르고 있음을 본다.
그가 독일 전투기에 피습되어 추락사했을 것이라는 남 프랑스 마르세유 근해 해저에서 그 아기의 유해가 발견·인양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컴퓨터 인터넷 등 사람 사이의 단절과 고독을 가중시키고 있는 이 위기를 경고하고자 나타난 생텍쥐페리의 사상적 환영이랄 것이다.
나는 이것도 모르고 살았다. 좀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이 작품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는 것은 어린 왕자라는 연약하고 순결한 어린이의 눈을 통하여 잊혀지고 등한시되었던 진실들이 하나하나 일깨워진다는 사실이다.
'어린 왕자'에 쉽고도 부드러운 표현으로 이 작품의 중심 내용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나중에 여우가 가르쳐 주는 비밀도 마음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보는 진실성을 점차로 상실해 가고 있는 오늘의 어른들......
삭막한 유물론자의 모습을 닮아 가고 있는 어른들을 그는 고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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