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 홀로 나들이

명명가 2012. 9. 3. 00:18

나 홀로 나들이

 

  오늘은 모처럼 나 혼자 등산을 했다. 홀로 걷는 것이 외롭지도 무섭지도 않다.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야! 누가 늘어놓았는지 등산로에는 나뭇잎이 지천이다.
  좁은 등산로를 올라가다 나무 허리를 부둥켜안은 나의 가을을 본다.
  가을 산 깊이 들어갈수록 쓸쓸함을 알아버린다. 우수에 찬 눈동자가 가지를 뻗으며 나 여기 있음을 말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구름이 빠르게 흩어진다. 많은 이가 다녀간 흔적이 지나간다.
  우수수 지기만 하는 이 가을날에 벌레가 갉아먹은 낙엽이 저물어 감을 말한다.
눈이 부시고 가슴이 시릴 만큼 온통 물감을 풀어놓은 듯 계곡으로 흘러내리며 치장을 한다.
   가을바람 차가움을 견디지 못한 채, 채색 옷을 입지 못하고 울렁거릴 만큼 예쁘게 물들었다. 잎새 하나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 한 구석에 은밀하게  감추어져있는 고운 사연 꺼내어 보인다. 허다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우리가 가을이면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게된다. 수줍은 마음 감추고 낙엽을 밟으며 빨리 어른이 되고 팠던 철없던 시절, 가을 앞에 지난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오지 못할 한 해가 떠난다니 내 마음은 더 비워 진다. 이 한 해가 저물면 내 마음의 빈자리를 추억으로 더 두껍게 해 줄 것이다.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니 산디마을을 만난다. 그 마을을 지나노라면 내 고향이 더 그리워진다. 두꺼워져 가는 추억의 갈피 속에 남은 시간은 더 풍요로워진다. 그래서 그토록 고향이 찾고 싶어지고 그 어린 추억의 조각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며 그 추억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었던 내 어린 친구가 고마워지나 보다. 그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던 내 어린 친구도 언젠가는 자기의 어린 친구를 좋아하며 눈물어린 미소를 보고 싶어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내 어릴 적 친구가 회갑이 넘었는데도 한 잔 술 앞에서 옛날을 얘기 할 때 초등학생의 어린 얼굴과 티 없이 맑은 미소가 입가에 머문다. 
  희미해져 가는 어릴 때의 고향 산천이 그립고 같이 살던 순진하고 아름다웠던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2007.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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