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실수

명명가 2012. 9. 3. 00:23

실수
 
   시내버스로 통학하는 학생이 이런 실수담을 털어놓는다. 아주 복잡한 등하교 시간이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어 집에 가는 버스로 환승해야 했다. 이때 버스 안에서 보니 환승해야 할 버스가 보였다. 버스뒷문으로 내려서 다시 앞문으로 탔는데, 어떤 아저씨가 왜 또 타느냐고 했다. 그래서 주위를 살펴보니 환승해야 할 버스로 달려갔다고 생각하고 똑같은 버스 앞문으로 탄 것이다. 버스에 탄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나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다시 내려서 앞에 있던 버스가 떠나는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옛날 중국의 곽휘원이란 사람이 떨어져 살고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를 받은 아내가 답장을 시로 썼다.
   벽사창에 기대어 당신의 글월을 받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흰 종이뿐이옵니다./ 아마도 당신께서 이 몸을 그리워하심이/ 차라리 말 아니하려는 뜻임을 전하고자 하신 것 같습니다.
   이 답장을 받고 어리둥절해진 곽휘원이 주위를 둘러보니, 아내에게 쓴 문안 편지가 책상 위에 그대로 있었다. 옆에 있던 흰 종이를 편지인 줄 알고 잘못 넣어 보낸 것이다. 백지로 된 편지를 전해 받은 아내는 처음엔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자신에 대한 그리움이 말로 다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남편의 실수가 오히려 아내에게 깊은 기쁨을 안겨준 것이다. 이렇게 실수는 때로 삶을 신선한 충격과 행복한 오해로 만들기도 한다.
   이 두 사연을 보면서 실수는 하나의 실수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사소한 실수조차 짜증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남의 실수를 웃으면서 눈감아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 자기는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살면서도 다른 사람의 실수에 대해서는 조급하게 굴거나 너그럽게 받아주지 못한다.
   우리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실수하는 사람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보다 빨리 배우고, 깊게 배운다. 실수하는 사람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보다 쉽게 적응한다.
가장 큰 실수는 실수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우린 사람이기에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을 할 수도 있고 싫은 말도 할 수가 있다. 화가 치밀어도 한 번 말하기 전에 조금만 참고 차분한 마음으로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고 나 자신이 소중한 것처럼 남도 소중히 생각한다면 실수는 줄어들 것이다.
   남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자기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실수를 감싸 주고 내가 실수를 저질렀을 때는 ‘너 때문’이라는 변명이 아니라 ‘내 탓’이라는 멋쩍은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비록 조금 천천히 갈지라도 힘들어하는 이의 손을 잡아 당겨주며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받은 것들을 기억하기보다는 늘 못다 준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되자. 그런 사람이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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